<오후여담>노년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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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 논설위원

세계보건기구(WHO)의 최근 통계를 보면, 2008년 출생아를 기준으로 한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평균 80세. 2000년 조사 자료보다 네 살이 더 늘었다. 기대수명이란 신생아가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기간이다. 그러니 경로우대증을 받고도 15년이나 더 살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단순히 더 오래 산다는 것이 행복한 삶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대개의 노년은 배우자도 부모도 의지할 자식도 없이 살아야 하는 환과고독(鰥寡孤獨)의 시간이다. 그러니 ‘덤’의 삶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노년의 행복지수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람의 한평생을 80년으로 잡았을 때 26년은 잠을 자고, 21년은 일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9년은 먹고 마시다 보내지만, 웃는 시간은 고작 20일에 지나지 않는다. 또 화를 내는 데 5년, 기다리는 데 3년이나 허비한다는 또다른 조사 결과도 있다.(김홍신, ‘인생사용 설명서’) 한마디로 필부필부의 삶은 고달픈 여정이다. 그러면 인생을, 특히 현역에서 물러난 노년을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 것인가.

김열규 서강대 명예교수는 저서 ‘노년의 즐거움’에서 행복한 노년을 위한 ‘5금5권(五禁五勸)’을 제시한다. 다섯가지 금할 것 중 가장 첫째는 잔소리·군소리를 삼가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넷은 노(怒)하지 말고, 기죽는 소리 하지 말고, 노탐(老貪) 부리지 말고, 어제를 돌아보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 말라는 다섯 가지를 읊었으니, 그 다음은 ‘하라’고 권하는 다섯 가지. 유유자적이 첫째 권유 사항이다. 이어서 달관, 소식(小食·疎食·素食)과 사색 및 운동을 권한다. 적게 말하고 적게 먹되 여유를 가지고 많이 움직이라는 것이다.

한국골든에이지포럼이 11일 발표한 ‘고령사회를 지혜롭게 사는 10계명’의 제1계는 표정을 밝게, 웃음을 달고 살라는 것이다. 나머지 9계도 5금5권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당하고 너그럽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라는 주문이다. 노인들의 말에 여유가 넘치고 어깨에 힘이 들어갈 때 그 사회의 건강 역시 오래 유지된다. 노련, 노숙한 지혜로 경박한 젊은이들을 바른길로 이끌기 때문이다. 나라 뺏긴 설움 속에 태어나 전쟁의 폐허 위에 ‘한강의 기적’을 일군 대한민국 노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오늘의 평화와 자유민주가 있게 한 그들은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