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리고 희망 - 2010 대한민국 리포트>“직원·사회 도움으로 번 돈, 돌려주는 건 너무나 당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최충경 경남스틸 사장이 지난 13일 경남 창원시 신월동 창원상공회의소 회장실에서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은 당연한 일”이라며 기부문화 확산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창원 = 박영수기자

‘사랑·희망 전령사’ 릴레이 인터뷰 - ‘수익 10% 기부’ 최충경 경남스틸 사장


“우리세대가 대부분 그런 것처럼 참 어렵고 가난하게 컸습니다. 그때와 비교하면 얼마나 행복합니까.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고 사회가 기반을 조성해줘서 수익을 냈는데 일부라도 돌려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닌가요.”

번 돈의 10% 이상을 철저히 기부하고 지역 메세나(기업의 문화예술사랑) 운동의 실천자로 유명한 경남 창원시 경남스틸㈜ 최충경(64)사장. 최 사장은 항상 조그만 것에도 감사하고 보답하는 마음을 갖는다고 한다.

가진 것에 감사하지 못해 더 욕심을 부리고,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보답하지도 못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은 까닭에 그는 더욱 특별해 보였다.

[인터뷰=김기현 전국부 차장(창원)]

지난 13일 오후 인터뷰를 위해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 인근의 창원상공회의소에 도착했다. 최 사장이 창원상공회의소 회장도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약속시간이 조금 남아 상공회의소 1층 로비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만든 화랑을 둘러보았다. 이 지역 남정현 화백의 그림 12점이 전시돼 있었다. 아담한 공간에는 의자 10여개가 배치돼 차를 마시면서 작품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적절한 공간활용이 돋보이기도 했지만 이런 것이 바로 작지만 효과있는 메세나운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3층 상공회의소 회장실에는 만난 그는 키는 작지만 나이에 비해서 훨씬 젊어보이고 활기가 넘쳤다. 그는 “회사 사장실이 두평 정도밖에 안돼 너무 누추한 것 같아 이곳으로 모셨다”고 인사말을 했다. 대외활동을 주로 하는 중소기업 사장실이 클 필요가 없다는 그의 설명을 들은 뒤 로비의 화랑을 화제로 메세나 운동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너무 힘듭니다. 부인이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 모를까 일상적인 생활비도 못 대는 분들이 많더군요. 화랑에서 개인전을 열 경우 대여료, 홍보비 떼고 나면 그림을 제법 팔아도 남는 것이 없어요. 그래서 무료로 활용할 수 있게 아이디어를 냈죠.”

화랑개설은 효과만점이라고 한다. 상공회의소 건물(5층)에는 12개 기업이 입주해 왕래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입주기업 직원외 컴퓨터 등 각종 자격검정시험을 치러오는 사람들이 1주일에 1000명이 넘는다. 그래서 이곳 로비에서는 벌써 세번째 개인전이 열렸다. 전시회가 없으면 200여권의 책이 꽂혀 있어 쉼터로 활용된다.

그는 “이번에 개인전을 여는 남 화백이 지금 암투병중이어서 더욱 어렵습니다. 그림이 아주 좋으니 기자양반도 조그만 것이라도 하나 사주면 도움이 될겁니다”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그는 화가들뿐 아니라 마산과 진주의 관현악단, 경남오페라단 등도 10~20년씩 지원해오고 있다.

사실 그 자신이 음악적 소질이 있어 색소폰, 클라리넷, 트럼펫, 피아노 등 4가지 악기를 다룰 줄 안다. 색소폰 연주는 수준급이어서 아마추어 악단인 ‘경남재즈오케스트라’단원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메세나 운동과 직원들의 취미활동에 특히 관심이 많다.

본격적으로 사회기부에 대해 말문을 꺼내자 그는 “종업원과 사회의 도움을 받아 번 돈을 일부 환원했을 뿐이고 특별한 인물이 못되니 기삿거리가 안된다”고 말했다. 겸손한 모습이 보기 좋았지만 인터뷰하는 사람으로서는 난감했다. 그래서 우선 경남스틸 직원들의 복지제도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그는 최근 직원들의 부모나 장인, 장모가 볼 수 있도록 노인들이 좋아하는 공연의 티켓 60여장을 사서 직원들에게 돌렸다. 그만의 감성경영 사례다. 경남스틸에서는 전 직원 42명의 자녀 학비를 전액 지원한다. 고급 유치원에서부터 사립대 등록금까지 무조건 전액이다. 대학은 원래 학비가 비싸고 요즘 유치원비는 연간 450만원에 달하기도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게다가 1~2년에 한번씩은 회사경비로 직원들에게 해외연수의 기회를 주고 주택대출자금의 이자도 내준다. 본인은 물론, 직계 존·비속의 의료비도 모두 부담해준다. 각종 취미활동비를 연간 150만원 한도내에서 지원해주기도 한다.

“우리회사는 지난해 19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영업이익 118억원, 순이익 85억원을 냈습니다. 10여년 동안 꾸준히 매출액과 순이익이 증가하고 있죠. 다 직원들이 피땀 흘려 한 일이니 보답을 해야죠. 흑자가 안났으면 어떻게 이런 지원을 하겠습니까.”

이같은 그의 배려로 직원들은 자신의 업무가 남아 있으면 휴일에도 자발적으로 나와서 일을 한다고 한다. 그는 “우리직원들의 임금이 높다고 해도 다른 회사보다 1.5~2배 이상 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고 자랑했다.

문답이 자연스럽게 기부로 이어졌다. 그는 기업에서 번 돈의 10% 이상은 반드시 사회에 환원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그는 1996년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어머니가 다니던 교회와 같은 계열의 학교인 마산 창신고를 지원하면서 본격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에 뛰어들었다. 모친의 함자를 따 기숙사인 귀남관과 귀남체육관을 건립해 희사한 것을 비롯해 창원대 등 여러 학교에서도 장학회를 운영해 어려운 학생들을 돕고 있다.

특히 10여년 전부터는 경남장애인재활협회 회장을 맡아 장애인돕기에 열심이다. 그는 “장애인에게는 컴퓨터가 세상과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라는 신념으로 컴퓨터 보급운동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렇게 지원한 컴퓨터가 1500대나 된다. 그는 현재 시각장애인용 컴퓨터 보급운동도 하고 있다. 이어폰을 통해 귀로 들으면서 자판을 조작하도록 돼 있어 가격은 비싸지만 장애가 심한 시각장애인에게는 더욱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장애인을 자녀로 둔 지인들의 고통을 피부로 절감하고 있다”는 그는 기자에게 “자녀가 장애인으로 태어나지 않은 것만 해도 축복이니 감사하게 생각해라”고 말했다. 통계로 보면 장애인들이 숨어있어서 그렇지 20명중 1명이 장애인인데 그 부모나 본인의 고통을 사회의 일원이라면 조금이라도 나눠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등은 거론할 필요도 없이 미국은 개인기부가 85%이고 기업기부는 15%이내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정반대입니다. 미국 등 선진국은 지금도 입양이 활성화돼 있는데 우리는 사회인식이 너무 열악합니다. 조금씩이라도 노력을 해야죠.“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비록 키가 크지 않고 경영하는 회사도 중소기업이지만 그가 거인처럼 보인다는 생각이 한동안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김기현 전국부 차장 ant73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