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에 새겨진 세계와 한국>‘여순사건’ 일어나자 당시 軍병력 5%를 좌익으로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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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원장 박상덕)이 오는 6월1~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A홀에서 개최하는 국제기록문화전시회의 또다른 핵심은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과 ‘아카이브 세계관’ 등 2개의 주제로 구성된 대한민국기록관이다. 1948년 정부수립 이후 식민통치와 미증유의 전란을 극복한 대한민국의 역동적인 성장과 발전의 역사를 정치·사회·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기록물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관람객들에게 한국인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일깨워 주자는 것이 기획의도다. 대한민국기록관 전시에서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한국전쟁 60주년을 앞두고 ‘육군역사일지’·‘작전일보-보병 제5사단’ 등 일반인들에게는 최초로 공개되는 자료들이 대거 출품된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 1부에 마련된 전쟁코너다.

대한민국기록관 내 전쟁코너에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위로와 단결을 강조한 이승만 대통령의 담화문인 ‘전란 동포에게’ 등 문서 4건과 육군역사일지·작전일보 등의 문서철 2건, 각종 전단(삐라) 및 기타 전시기록 6건 등 모두 12건의 기록물이 전시된다.

이중 전 3권 408쪽 분량의 ‘육군역사일지(1945~1949)’는 광복 이후 육군의 창설과 건군의 면모를 연대별로 수록한 필사본 문서철이며 213쪽 분량의 ‘작전일보-보병 제5사단’은 1951년 한국전쟁 당시 국군 제5사단 예하부대의 작전상황과 전황을 기록한 것이다. 한국전쟁 전공자로 두 문서철을 검토한 양영조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국방부에서 일해온 나 자신도 이번에 처음 보는 자료”라고 밝혔다. 이번에 전시되는 육군역사일지와 작전일보 각 1건은 육군 군사연구소 소장본이다.

◆ 국군의 전사(前史)를 기록한 실록 ‘육군역사일지’(이하 역사일지) = 전 3권으로 구성된 역사일지는 군에서 처음 공개하는 광복 이후부터 한국전쟁 이전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는 육군의 일지기록이다. 육군본부에서 직접 작성된 원본기록으로 매우 소중한 자료가치를 갖고 있다. 양 연구원은 “6·25전쟁 이전 한국군 관련 자료가 거의 없음을 고려할 때 그 가치를 더한다”고 평가했다. 한국전쟁 연구자인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건군 과정과 건국 직후 상황을 군내에서 공식적으로 직접 기록해 보관한 거의 유일한 당대 군사일지라는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한 권의 문서철로 묶여 있는 역사일지 중 1권(131쪽)은 1945년 8월15일 광복에서부터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시기까지의 내용을 기록했으며 2권(123쪽)은 1948년 8월15일부터 같은 해 12월말까지, 3권(154쪽)은 1949년 1월1일부터 같은 해 8월까지의 주요 내용을 각각 정리한 것이다. ‘여기에 기록된 일지내용은 책자발간시 원본대조용으로 활용해도 좋다’는 1969년 육본 역사과장의 서명이 명기돼 있어 자료의 신뢰도를 가늠케 한다. 역사일지의 내용 구성은 연혁, 연월일, 기사 내용 순으로 돼 있으며 국한문 혼용에 인쇄체가 아닌 날필로 정리돼 있다. 역사일지의 작성시기와 관련, 양 연구원은 “한국전쟁 기간 중 또는 전쟁 직후 원자료를 다시 옮겨 적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양 연구원에 따르면 역사일지 1권에는 광복 직후 미군이 인천으로 상륙한 내용을 시작으로 군사 관련 사항들이 거의 모두 일지의 형태로 꼼꼼하게 기록돼 있다. 초기의 국방사령부, 군사영어학교, 남조선경비사관학교의 설치에 관한 기록과 함께 통위부장(통위부는 미군정 당시 조직된 군사통할 기관을 말함)의 연대창설 상황을 순시 점검하는 내용, 조선경비대 최초 추계 훈련 장면 등이 바로 그것.

특히 1946년 10월1일 일어난 대구폭동사건과 1948년 10월19일 발생한 여순사건 등 일련의 좌익반란사건과 관련, 한국군이 대대적인 숙군작업을 했음을 보여준다. 가령 여순사건이 발생하자 육군 정보국은 정보반을 편성해 단기간에 1000여 명을 조사해 좌익계열 150명을 적발했다. 1949년 7월까지 총 4749명의 장병들을 처벌했는데 이는 당시 군 병력의 약 5%에 해당하는 큰 규모였다.

‘육군전사역사철’이라는 제목 아래 작성자가 육군본부 고급부관실 행정과 역사계 소속임을 밝히고 있는 역사일지 2권에는 육군사관학교 창설 과정과 경비대가 대한민국 육군으로 정식 편입되는 과정, 육군 각 병과의 창설 과정 등이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다. 역사일지 3권에는 1949년 5월4일 38도선 접경지인 개성 송악산에서 일어난 전투에 상대적으로 많은 지면이 할애돼 있다.

이와 함께 같은 해 6월말 약 500명의 군사고문단만 남기고 떠난 주한미군의 철수에 관한 구체적인 기록과 1948년 11월30일 창설돼 1949년 8월31일 해체되기까지 9개월 동안 존속했던 한국군 최초의 예비군이라 할 수 있는 호국군에 대한 기록 등이 눈에 띈다. 한국현대사 연구자인 임종명 전남대 교수는 “한국전쟁 기간 중 우리 군이 자기 자신의 정리를 통해 정체성을 확립하려 했던 노력의 결과물로 이후 군 관련 공간물의 바탕이 된 자료”라고 역사일지의 의미를 설명했다.

◆ 한국전쟁의 기록인 국군 제5사단 ‘작전일보’= 보병 제5사단은 한국전쟁 개전 당시 후방지역에서 공비토벌작전 임무를 수행하다 전선에 투입됐다. 1950년 7월17일 경남 마산에서 해체됐다가 10월8일 재창설돼 주로 중동부지역에서 작전을 수행한 부대다.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제5사단 작전일보는 1951년 6월15일부터 7월20일까지 사단 작전처 전사과장이 작성한 것으로 작전 경과와 피아손실 등을 비롯한 각 연대 예하대대의 일일상황이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다. 양 연구원은 “매 일보마다 부록과 도면이 첨부돼 있어 당시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

*시리즈 관련 전문연구자 자료 분석 원문

■ 육군역사일지․작전일지 등을 통해 보는 한국전쟁
- 육군 등에서 최근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된 기록물을 통해본 한국전쟁의 실상

양영조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책임연구원

<<육군역사일지 제1집>><<제2집>><<제3집>>은 군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광ㅂ고 이후부터 6.25전쟁 이전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는 육군의 일지기록이다. 이 일지는 육군본부에서 직접 작성된 원본 기록이므로 매우 소중한 자료가치를 갖는다. 특히 이 자료는 한국군 관련 자료가 6.25전쟁 이전 내용에 관해서는 거의 없음을 고려할 때 그 가치를 더한다고 평가된다.

<<제1집>>은 1945년 8월 15일 해방에서부터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수립시기까지의 내용을 정리하였고, 제2집은 1948년 8월 15일부터 1948년 12월 말까지, 그리고 제3집은 1949년 1월 1일부터 1949년 8월까지의 주요 내용을 각각 정리하고 있다.

이 자료에 부기되어 있는 설명에 의하면, 육군역사일지의 기록에 종사하는 실무자들이 1945년 8월 15일부터 1950년 8월 15일 간의 역사사실에 관해 원본대조가 필요할 경우 본 자료를 참고해서 할 것을 기록장교와 역사과장의 서명을 붙여 부기하고 있으므로 자료의 신뢰도를 가듬케 한다.

육군역사일지의 내용 구성은 연혁, 연월일, 기사 내용 순으로 되어 있고, 국한 혼용으로 인쇄체가 아닌 날필로 정리되어 있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확인도장을 찍어 내용을 수정하거나 보충한 여러 부분이 있다.
역사일지에는 해방 이후부터 6.25전쟁 이전까지 한국군과 주요 사건 등이 기록되어 있어 이 시기를 연구하는 군사사학자는 물론이고 현대사 연구자들에게도 매우 유용한 자료를 제공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제1집>> 자료에서는 해방 직후 미군이 인천으로 상륙한 내용에서부터 군사관련 사항들을 거의 망라하여 일지의 형태로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다. 초기의 국방사령부, 군사영어학교, 남조선경비사관학교의 설치에 관련한 기록은 물론이고 통위부장의 연대창설 상황을 순시 점검하는 내용과 조선경비대가 최초로 추계 훈련을 하는 장면도 기록하고 있다.

제주도주둔 조선경비대 제9연대의 출동상황이라든지, 여순10.19사건의 진행상황과 부대이동, 토벌 상황 등을 매우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사건의 진상과 전투기록, 각 지역의 탈환 상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후 국군에서 숙청공작이 단행된 경과와 대구반란사건, 호국군 창설 과정, 국군조직법 통과 과정 등 군에 관련된 중요한 내용들을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다.

특히 여군10.19사건과 대구반란사건 등 일련의 좌익반란사건에 관한 기록이 눈에 띤다. 당시 한국군은 그 사건 이후 대대적인 숙군작업을 하였음을 아울러 기록하고 있다. 육군 정보국은 반란사건이 발생하자 정보반을 편성하여 단기간에 1천여 명을 조사하여 좌익 계열 150명을 적발하고, 이후 대대적인 숙군을 단행했다. 그리하여 1949년 7월까지 총 4,749명의 장병들을 처벌하였는데, 이는 당시 군 병력의 약 5%에 해당하는 큰 규모였다.

당시 숙군과정에서는 많은 부작용도 발생했다. 군내 좌익조직은 전군에 걸친 세포망을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조사과정은 난관이 많았다. 또 숙군작업은 사상적인 문제이므로 증거를 보전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자백만이 유일한 증거확보의 방법으로 하는 경우도 상당수 존재했다. 이 자료에는 숙군과정에 관한 내용이 정리되어 있다.

<<제2집>>에서는 육군사관학교 창설과정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여 아주 사소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육사 체력단련을 위한 구보 코스도 도면을 첨부하여 남기고 있다. 아울러 경비대가 대한민국 육군으로 정식 편입되는 과정이라든지 육군 각 병과의 창설 과정 등을 구체적으로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각 병과창설에 관한 기록은 초기의 기록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매우 귀중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이 자료에 육군전사역사철이라는 제목 하에 작성자가 육군본부 고급부관실 행정과 역사계 소속임을 밝히고 있다.

<<제3집>>에서는 1949년도의 38선 충돌을 포함하여 주요 군사 문제와 사건 등에 관해 기록하고 있다. 이 자료에는 38선 송악산에서의 전투 경과, 육탄 10용사, 유엔한국위원단의 38선 시찰, 주한미군의 철수 문제 등의 사건들이 기록되어 있다.

특히 38도선 접경지의 송악산 전투에 관해서 상대적으로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1949년 5월 4일 개성 송악산전투는 정부수립이후 최초로 가장 심각한 상황이 벌어졌던 전투였다. 이 전투는 지금까지 있었던 38선 충돌 중에 가장 대규모였으며, 당시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큰 관심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육탄10용사를 추모하고 반공궐기대회를 대대적으로 전개하였으며, 국제적으로도 많은 외신들이 한반도의 위기상황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는 등 관심을 보였다. 따라서 육군은 송악산전투 상황에 관해 구체적으로 기록을 남겼던 것이다.

주한미군 철수에 관해서도 구체적으로 기록을 남겼다. 당시 주한미군은 1949년 6월 말 약 500명의 군사고문단만을 잔류시키고 철수했다. 미군의 철수는 미소 양측의 합의사항에 따라 이루어진 조치였으나 당시 군뿐만 아니라 정부의 입장에서도 상당히 우려되는 문제였다. 따라서 육군에서는 주한미군 철수 전후 상황에 관해 비교적 구체적으로 기록을 남겼다.

이밖에 <<제3집>>에는 호국군 부대편성과 주요 지휘관 임명, 호국군간부훈련소 설치, 그리고 호국군사관학교 해체 등 호국군에 관한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옹진지구전투부대 교체 상황이나 독립유격대대, 호림부대의 개편 등에 관해서 기록하고 있다.

호국군은 한국군 최초의 예비군이라고 할 수 있으며 주한미군 철수에 대비하여 1948년 11월 30일부터 창설되기 시작하여 1949년 8월 31일 해체되기까지 9개월 도안 존속하였다. 호국군은 당시 조직, 편성, 기능 면에서 오늘날의 전형적인 예비군 제도의 기초를 형성하였다. 호국군이 해체된 후에는 이후에 편성된 병사구사령부와 청년방위대, 그리고 국민방위군의 창설에도 일정부분 기여하였다. 이 자료는 이러한 호국군의 편성에서부터 해체되는 상황까지 구체적으로 기록을 남기고 있다.

다음으로 <<육군역사일지(1)>>은 1951년도 서울병사구사령부 및 계엄민사부를 포함하여 각 도 병사구사령부와 계엄민사부의 현황에 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있으며, 수송관리대, 항만대대, 철도운용대대 등 후방지원부대의 현황에 관해서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병사구사령부는 병무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군 부대이다. 병사구사령관은 대부분 광복군 출신이나 일본 육사 고위급 장교출신들이 보임된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각 도별 병사구사령부 관련 내용은 당시 각 도의 병력동원 현황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자료이다.

<<육군역사일지(2)>>는 전쟁기간 육군 병원과 군사 학교기관의 창설 과정에 관하여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즉 육군이동외과병원, 육군병원, 육군사관학교, 제1, 제2훈련소, 육군대학, 육군교육총감부, 부관학교, 대전차병훈련소, 여자의용군훈련소, 국민방위군사관학교, 하사관학교, 포병학교, 육군종합학교 등 창설과정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국민방위군사관학교 관련 자료는 창설과정, 배출인원 등에 관해 기록하고 있어 국민방위군 연구에 귀중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이 학교는 국민방위국 직속으로 충남 온양에 설치되어 운영되었으나 관련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그 실체를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제27연대와 제35연대 전사일지>>와 <<제5사단 작전일보>>는 전쟁기간 제5사단 및 예하연대의 부대일지를 기록한 내용이다. 전쟁기간 한국군 각 사단들은 전사일지와 작전일보를 기록으로 남겼다. 이 자료는 군에서 처음 공개한 제5사단 일지 내용이다. <<제27연대와 제35연대 전사일지>>는 1952년에 전사감을 경유하여 육군 총참모장에게 보고한 전사 기록이다. 제27연대와 제35연대는 제5사단 예하연대이다.

제5사단은 개전 당시 후방지역에서 공비토벌작전 임무를 수행하다가 전선에 투입되었으며, 1950년 7월 17일 경남 마산에서 해체되었다가 10월 8일 재창설되었다. 사단은 대구에서 대구주둔 제27연대, 마산주둔 제35연대, 부산주둔 제36연대를 근간으로 창설된 후 주로 중동부지역에서 작전을 수행하였다.

제5사단 예하부대들은 연대 전사일지가 작성된 1952년도 1월-3월에 주로 양양으로 이동하여 부대정비 및 교육훈련에 임했으며, 1952년 7월 9일 교육을 종료하고 동해안 거진으로 진출하여 다음날부터 치열한 351고지전투를 수행하였다.

<<제5사단 작전일보>>는 1951년 6월 15월부터 7월 13일까지 작전처 전사과장이 작성한 사단 작전일보이다. 이 작전일보는 각 연대 예하대대의 일일상황이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작전 경과, 피아 손실 등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매 일보마다 부록과 요도가 첨부되어 있어 당시 상황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