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 ‘국민의 선택’>민주, 東進 교두보 확보… 지방권력 ‘여소야대’ 재편

‘6·2지방선거’가 지방권력의 지형을 바꿔놓았다. 4년 전 16개 광역자치단체장 가운데 12곳을 석권하는 등 지방정부·의회를 ‘싹쓸이’했던 한나라당은 영남권 및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2곳을 확보하는 데 그쳤고,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반면 민주당은 호남권은 물론 불모지인 영남과 강원에서 교두보를 구축한 데 이어 서울 구청장선거에서도 25곳 중 21곳을 휩쓸었다. 지방권력의 ‘교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결과다.

‘6·2지방선거’에서 지방권력 교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16개 광역단체장 선거다.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텃밭이거나 강세지역이었던 경남과 강원에서 광역단체장을 민주당과 무소속 후보에게 내줬다. 한나라당이 6곳, 민주당이 7곳, 자유선진당이 1곳, 무소속이 2곳에서 각각 당선자를 내면서 4년 전 지방선거 당시 그려진 지방권력 구도가 뒤바뀌는 상황이 벌어졌다. 정권 견제를 선택한 민심에 따른 변화다.

구체적으로 한나라당은 텃밭인 영남권 4곳(부산 허남식, 대구 김범일, 울산 박맹우, 경북 김관용)에서 승리했다. 또 서울과 경기에서 각각 현역 프리미엄을 안고 있었던 오세훈, 김문수 후보를 당선시켰다. 지난 2006년 ‘5·31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이 16곳 중 12곳을 차지했던 것에 비하면 지방권력이 절반으로 준 셈이다. 반면 민주당은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 전통적 강세지역인 호남권 3곳(광주 강운태, 전남 박준영, 전북 김완주) 이외에도 수도권인 인천(송영길)과 충남(안희정), 충북(이시종), 강원(이광재) 등 7곳에서 승리했다. 경남(김두관), 제주(우근민) 등에선 야권 성향의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대전(염홍철)에선 자유선진당 후보가 당선됐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전북)과 민주당(광주, 전남), 무소속(제주) 등 야권에서 고작 4명의 당선자를 냈던 것에 비하면 이번 선거가 지방권력 분포의 변환점이 된 셈이다. 4년 전엔 한나라당이 대전, 충남, 충북 등 충청권을 석권했던 것에 비해 이번엔 세종시 수정 논란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역시 4년 전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 김태호(현 경남도지사) 후보가 63.1%의 지지를 얻어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출마해 25.4%의 지지율을 받은 김두관 후보를 크게 이긴 것에 비하면 경남에서도 ‘이변’이 일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나라당은 1998년 ‘6·4지방선거’에서 6석을 얻은 이후 12년 만에 최저 성적을 기록했다.

조민진기자 wayto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