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 ‘국민의 선택’>서울, ‘보수후보 3인’이 ‘진보 1인’ 당선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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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지방선거’에서 진보진영의 후보들이 대거 시·도교육감에 당선되면서 대한민국의 교육지도가 뒤바뀌게 됐다. 특히 교육대통령으로 불리며 연간 6조원이란 어마어마한 예산과 교원 5만5000여명의 인사권을 좌지우지하는 서울시교육감에 진보 인사가 당선되면서 현장교육이 요동칠 전망이다.

진보진영이 지난 2006년 선거에서의 초라한 성적표를 극복하고 백년대계 현장교육의 절반을 거머쥐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문용린(교육학) 서울대 교수(전 교육부 장관), 이성호(교육학) 중앙대 교수, 박효종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연구원 등 4인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이번 교육감선거 결과를 집중 분석했다.


◆보수의 분열이 자중지란 불렀다 = 6·2지방선거에서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을 포함해 진보 성향의 교육감 후보가 강세를 보인 것은 보수 후보들 간의 분열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보수 진영인 이원희·김영숙·남승희 후보 3인의 득표는 60%에 육박한다.

보수 후보들은 ‘반(反) 전교조’라는 구호 외에 별다른 공통점이 없는데다 TV토론에서 보수 진영의 후보끼리 사생활에 대해 공격하는 등 ‘자중지란’을 벌이기도 했다. 서울시교육감선거에서 여권은 처음에는 김영숙 후보를 지지한다는 신호를 보내다가 선거막판에는 이원희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는 등 우왕좌왕해 후보와 유권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문용린 교수는 “보수 후보의 난립이 서울 등 수도권 진보 교육감 탄생의 가장 큰 요인”이라며 “진보 진영은 투표일이 가까워지면서 ‘진보 중 한 명은 반드시 되어야 한다’는 절박한 의식이 강하게 작용해 단일화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보수진영은 ‘내가 안되면 누가 되든 상관없다’는 안일한 생각이 강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지지층이 겹치는 이원희, 김영숙, 남승희 3후보 간의 싸움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영숙, 남승희 후보의 표가 이원희 후보의 표를 잠식하게 됐고 이 후보가 막판까지 그 표를 가져오는데 투쟁력을 낭비했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이택수 대표연구원도 “진보 성향의 후보들이 유권자들에게 진보진영의 단일화 작업 등을 통해 ‘이겨야 한다’는 절박감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효종 대표도 “진보 후보는 16개 시도에서 전부 단일화를 했지만 보수후보는 단일화에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표 결집에서 졌다”고 말했다.

◆정책이 아닌 ‘이데올로기’가 승부 갈랐다 = 곽노현 당선자는 투표용지 기재 순서가 7번째 였는데도 많은 유권자들이 정확히 그를 기억하고 표를 던졌다. 최소한 교육감선거에서 만큼은 로또식 ‘묻지마’ 선거 대신 ‘이데올로기 선거’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이번 교육감 선거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킨다는 이유로 정당공천 없이 치러졌다. 교육감 선거도 투표용지 기재 순서를 추첨으로 결정한 탓에 후보의 자질이나 공약에 상관 없이 번호를 잘 뽑은 후보가 유리하다는 이른바 ‘로또 선거’라는 비난을 받아왔지만 이 같은 우려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성호 교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정책연대 하지 말라고 하면서 교육정책이 없어져 버렸다”면서 “모든 후보가 특징도 없는 백화점식 정책을 다 내놓으면서 정책을 가지고 유권자들이 선택하기 어려웠고 결국은 후보의 지명도나 정치이념에 따라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나라예산의 30%가 들어가는 교육을 정치와 분리시켜서는 안된다”면서 “교육제도와 환경을 제대로 구성하기 위해서는 정치제도와 정치과정 등과 긴밀히 연계해 처리하고 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택효과’와 ‘정권견제심리’가 진보표 견인의 쌍끌이 = 서울시교육감 재직 당시 인사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구속기소된 공정택씨 사건으로 인한 실망감과 잇따라 터져 나온 보수교육계의 비리에 대한 심판론도 진보진영 후보들에게 표를 던지게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박 대표는 “공 전 교육감의 부정부패 이미지를 보수쪽이 떠안은 측면이 있다”면서“보수 후보들이 이런 부분에서 확실하게 선을 긋겠다고 밝히지 못한 것이 선거패배의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방선거는 중앙정부에 대한 견제와 평가의 의미가 있다”면서 “이런 경향이 교육감 선거에도 반영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연구원은 “정권에 대한 심판론이 교육감 선거에도 어느 정도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무대는 다르지만 한명숙, 안희정, 이광재 등 검찰수사를 받았던 친노무현계 인사들이 선전을 한 것에서 볼 수 있듯 검찰 수사에 대한 역풍이 교육감 선거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보수인사는 있어도 보수정책은 없다 = 보수성향 후보들의 차별화된 공약을 만들어 내지 못한 것도 진보 후보 강세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진보 후보들이 내세운 무상급식 공약이 유권자들의 호응을 받은데 반해 보수성향 후보들은 차별화된 정책이나 공약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정책과 이슈를 선점당한 보수성향 후보들이 ‘무상급식’정책에 맞서 ‘사교육비감축’,‘무상교육’ 등의 공약을 내세웠지만 야권 시도지사 후보들까지 합세한 무상급식 공약에 비해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문 교수는 “진보계열 교육감 후보하면 ‘무상급식’이라는 선명한 공약이 떠올랐다”면서“유권자들에게 보수계열 교육감 후보의 선명한 공약은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서울 교육감 선거에서는 이원희 후보의 ‘교원 10% 퇴출’ 공약은 교사층으로부터 거부감이 강했다”고 말했다.

박준희·채현식·윤정아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