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 ‘국민의 선택’>인물·정책 실종… ‘이념대결’ 된 교육선거, 대수술 필요

“교육감선거에서도 정당추천제를 적용해야 한다.”

이번 ‘6·2지방선거’의 시·도교육감 선거에서 적용된 ‘정당공천 배제’ 원칙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지면서 ‘정당추천제’나 ‘광역단체장 러닝메이트제’ 도입 등을 통해 선거제도를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교육감의 법적 선거비용 한도액이 서울 39억원, 경기도는 41억원에 달해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고비용문제 등이 또 다른 비리의 온상이 되어가는 것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거론된다.

교육 전문가들은 현행 교육감 선거제도대로라면 4년뒤 치러질 교육감 선거에서도 인물과 정책선거가 실종되는 대신 무분별한 이데올로기적 대립과 이념 대결이 이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앞으로도 ‘깜깜이 선거’와 ‘로또식 묻지마 선거’로 일관할 수밖에 없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교육감과 교육의원을 뽑는 현행 제도가 유지된다면 유권자들의 선택권은 심각하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교육감선거에 관심이 높은 학부모 등 교육 관련 종사자 중심의 간선제 도입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오는 16일 교사 및 학부모단체 등이 참여하는 ‘교육감선거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정당 공천 없이 치러진 이번 교육감선거는 투표용지에 정당 표시 없이 후보 이름만 기재돼 있어 인물과 정책대결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서울에서는 한나라당이 보수 진영의 어느 후보를 지지하느냐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시민사회단체도 보수·진보로 나뉘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경쟁적으로 쏟아낸 현실을 교육감선거에서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 진영으로 나뉜 교육감, 교육의원 후보자들은 기존 정당의 상징색과 유사한 색채의 선거현수막·포스터 등을 만들어 정파색을 그대로 드러냈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시교육감 선거로, 6명의 후보가 난립한 보수진영 후보가 전체의 3분의 2 득표율을 얻었는데도 3분의 1 득표율에 그친 진보진영 단일후보를 누르지 못했다.

이성호(교육학) 중앙대 교수는 “교육감 후보는 정당 공천이 없어 별도의 검증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후보가 난립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백순근(교육학) 서울대 교수도 “교육이 정치와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다”며 “요즘은 저출산이나 고령화 문제와 교육 문제를 구분하기 힘들기 때문에 시·도지사와 교육감의 연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도 “깜깜이 선거의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정당추천제를 도입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주장이 터져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경우 헌법 제31조에서 규정한 ‘교육의 정치적 중립’ 조항에 위배될 수 있다는 위헌 논란을 극복하는 것이 과제로 다가온다.

정충신·강버들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