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비리 차단 ‘공공관리제’ 첫 결실

뉴타운 재개발조합 설립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리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도입된 ‘공공관리제’가 첫 결실을 보며 제도정착의 계기를 맞았다. 공공관리 방식으로 개발되는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이 15일 시내 뉴타운 중 최초로 주민 손으로 직접 뽑은 재개발조합 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서울시는 16일 “공공관리제 시범구역인 한남뉴타운 5개 사업구역 중 제5구역이 토지 등 소유자 과반수 동의를 받아 주택재개발조합 설립추진위를 구성, 공공관리자인 용산구청장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공공관리제는 재개발·뉴타운 등 정비사업 때 구청 등 공공기관이 정비업체를 직접 선정하고 조합설립과 시공사 선정과정을 관리해주는 제도다. 한남뉴타운은 지난해 8월 서울 뉴타운 중 처음으로 공공관리 시범구역으로 지정됐다. 이 방식으로 조합설립이 추진되면 주민들이 직접선거를 통해 예비추진위원장을 뽑기 때문에, 추진위 구성을 위한 과반수 동의 확보가 쉬워지고 각종 비리도 차단할 수 있다.

예전에는 재개발을 할 때 조합설립을 원하는 2~3개 팀이 주민 동의 확보 경쟁을 하면서 과반 지지를 얻기가 어려웠다. 이에 따라 동의서 확보 전문 용역업체가 끼어들어 돈을 받고 동의서를 얻어오곤 했으며, 이 과정에서 선물 등을 돌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특히 동의서 확보가 여의치 않을 경우 조합설립 경쟁자끼리 담합해 동의서를 사고파는 등 비리가 심했다.

그러나 한남뉴타운은 지난 1월 선거로 예비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주민들이 안내서가 동봉된 회송용 봉투를 이용해 직접 동의서를 제출함으로써 이같은 비리를 차단했다. 특히 예비추진위원장이 임의로 위원을 선정하지 않고 낙선자에게도 최대 25%까지 추진위원을 추천토록 해 투명성을 높였다.

시에 따르면 한남5구역에 이어 2구역도 최근 주민 과반수 동의를 확보, 이달 안에 추진위 구성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나머지 3개 구역은 7월 중 승인을 목표로 주민 동의서를 받고 있다. 시 관계자는 “한남뉴타운은 면적 100만㎡에 토지 등 소유자가 9000명이 넘는 대규모 개발지역”이라며 “이곳에서 추진위 구성이 성공적으로 이뤄짐에 따라 공공관리제 정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