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동성폭력 대책, 문제는 경찰 의지이고 기강이다

전국 경찰지휘부가 5일 이례적으로 6시간에 걸친 회의 끝에 내놓은 각종 대책은 아동 성폭력 예방을 ‘업무 0순위’에 두겠다는 결의 정도가 비록 새삼스럽지만 그나마 돋보인다. 여타 치안 수요는 물론, 아동 성폭력 대책의 세항 역시 기존 대책의 재가공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것이 우리 판단이다. 강희락 청장이 “아동 성폭력 예방을 최우선 추진하라. 법과 제도가 없다는 것은 부차적이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국민은 경찰이 모든 범죄를 막아주길 기대한다”고 강조한 그대로, 아동 성폭력 대책을 포함한 제반 치안능력의 확보·제고를 위해 우리는 경찰의 일관성있는 의지와 기강 자체가 대전제일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

지휘부회의의 4대 주안점은 아동 성폭력 예방, 피의자 인권 강화, 합리적 실적 평가 및 소통 강화로 정리된다. 그 가운데 피의자 인권 강화는 지난달 16일 이래 경찰의 범죄로 지탄받아온 서울 양천경찰서의 고문(拷問)사례, 또 실적 평가의 합리화와 소통 강화는 경찰 초유의 하극상(下剋上)을 연출한 채수창 서울 강북서장의 6·28 항명 사건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경찰 내상(內傷)의 치유 방안 그 일환이다. 경찰문화 개선을 위한 이들 원론 명제가 경찰 일선의 일상에 구체적으로 반영돼야 할 것임은 물론이다.

제1 주안점 ‘아동 성폭력과의 전쟁’에서 공전(空前)의 즉효·특효 대책은 그런 수위를 기대하는 것부터 무리다. 성폭력 전담수사대는 경찰 스스로도 1월 신설된 원스톱 기동수사대의 확대개편이라고 부연하고 있으며, 성범죄 예보제와 성범죄 지도 또한 익히 들어온 대책 목록이기도 하다. 진술 영상녹화 의무화도 예산·공간 제약이라는 현실적 애로에 더해 ‘경찰 알리바이용’으로 빗나갈 소지도 지적된다.

이들 대책이 ‘재탕’에 그칠지 유효 제도로 연착륙할지는 경찰이 의지·기강을 가다듬고 추스르기 나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