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친딸 성폭행범에 ‘성매수’ 혐의 적용 “황당”

10대인 친딸을 수년간 성폭행하고 낙태수술까지 시킨 인면수심의 50대 남성이 견디다 못한 딸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 과정에서 관할 경찰서가 ‘김수철 사건’에 이어 또다시 사건 은폐를 시도하는가 하면, 엉뚱하게 ‘성매수’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 전망이다.

◆“용돈 주겠다”며 5년간 10대 친딸 성폭행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신길동에서 일용직 노동자 A(52)씨를 긴급 체포한 것은 지난 24일 밤.

A씨의 친딸 B(18)양은 이날 아침 112신고센터에 전화를 걸어 아버지를 직접 신고했다.

B양의 신고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13살이던 5년전부터 아버지가 자신을 상습 성폭행해왔으며, 임신하자 낙태 수술까지 시켰다는 것이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B양을 즉각 보라매 원스톱 지원센터로 보내 낙태 사실을 확인했고, A씨를 긴급 체포해 조사를 벌인 끝에 관련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지난 2005년 6월 아내가 집을 비운 사이 B양을 성폭행하는 등 5년 동안 22차례에 걸쳐 인면수심의 행각을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8년 6월에는 딸이 임신하자 직접 산부인과에 데려가 낙태수술을 시키기도 했다.

A씨는 특히 친딸에게 성관계를 요구할때마다 “용돈을 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용돈 줬으니 성매수 혐의”

문제는 경찰이 이 진술에 주목해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주로 ‘성매수’ 혐의를 적용했다는 것.

경찰은 6건에 친족 강간 혐의를 적용했지만, 나머지 16건에 대해 성매수 혐의를 적용했다.

영등포서 관계자는 “성관계를 맺은 이후 딸에게 용돈을 줬기 때문에 강간이 아닌 성매수 혐의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어렵게 입을 연 B양이 졸지에 아버지에게 돈을 받으려 성매매한 ‘몹쓸 딸’이 되어버린 셈이다.

경찰은 “B양을 따로 형사 처벌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법조 및 시민단체 “비상식적, 무지한 판단”

하지만 이는 가뜩이나 약자인 친족 강간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법조계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한 영장 전담 판사는 “용돈을 줬다고 딸을 강간한 아버지에게 성매수를 적용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폭행이나 협박이 동원돼야 하는데, 수사기관이 이를 규명하기가 쉽지 않자 편의적 잣대를 들이댔다는 것. 이 판사는 “친족 강간에 성매수 혐의를 적용한 경우는 처음 들어본다”며 “법조계 상식에도 어긋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어진 활동가 역시 “아버지와 딸 사이를 ‘성 매매 관계’로 생각하는 자체가 비상식적이고 무지한 것”이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김수철 사건’ 이어 또다시 은폐 의혹도 불거져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경찰이 이번 사건을 접수하자마자 ‘은폐’에 나선 정황이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기 때문.

공교롭게도 영등포서는 지난 6월초 ‘김수철 사건’ 때도 초동 단계에서 사건 자체를 덮으려다, 나중에 경찰 수뇌부로부터 호된 질책을 듣는 등 물의를 일으켰던 곳이다.

하지만 영등포서는 이번 사건이 발생한 당일에도 곧바로 형사과장 및 생활안전과장 주재하에 긴급 회의를 열어 “이번 사건을 절대 외부에 알리지 말자”고 입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철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가족들이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영등포서측은 26일 취재가 시작되자 “중요하지 않은 사건이라 보고받은 바 없다”며 거짓말을 둘러댔다.

그러나 십자포화를 맞은 김수철 사건 당시의 ‘학습 효과’인 듯, 불과 한 시간뒤 곧바로 구체적 신상까지 포함된 보도자료를 전 언론사에 배포했다.

<노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