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님 법인카드로 ‘장난’치다 패가망신한 金대리

도박에 빠진 한 대기업 직원이 회사 법인카드의 한도액을 몰래 높여 수억원을 빼돌린 뒤 다시 도박으로 이를 모두 탕진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저질렀다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유명 대기업 전자회사의 김모(34) 대리는 주식 손실금을 메우기 위해 지난해 12월 처음 도박을 접했다. 김 대리는 순식간에 ‘바카라’ 등 카드 게임에 빠져들었고, 거의 매주 강원랜드를 찾을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주식으로 떼인 돈을 메우기는커녕 오히려 월급까지 전부 도박으로 탕진하게 된 김 대리는 결국 나쁜 생각을 먹게 됐다. 허술한 회사 법인카드 시스템을 활용해 돈을 가로채기로 결심한 것.

평소 컴퓨터에 소질이 있던 김 대리는 몰래 직속상관인 A(45) 상무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알아낸 뒤 그의 명의로 전자결제시스템에 접속해 법인카드 한도액을 올렸다.

처음에는 500만원으로 시작한 김 대리의 범행은 날이 갈수록 대담해졌고, 급기야 한도액을 2억원까지 늘렸다. 한도액이 높게 책정돼 있더라도 나중에 자비로 채워넣을 경우 회사에서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는 점을 교묘히 이용한 것이다.

김 대리는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결제해 다시 현금으로 바꾸는 이른바 ‘깡’을 거쳐 이를 도박판에서 썼다. “도박에 웬만큼 자신이 있었다”는 김 대리는 지난 2월까지 빼돌린 2억3천만원은 도로 회사 계좌에 성공적으로 입금할 수 있었다.

그러나 추가로 가로챈 2억 4천만원을 메우는 데는 실패했고, 결국 지난 4월 억대의 돈이 들어오지 않는 걸 이상하게 여긴 회사 금융팀장이 A상무에게 전화를 걸면서 김 대리의 범행 일체가 탄로났다.

경찰은 필리핀으로 달아난 김 대리를 가족의 협조를 구해 자수하도록 설득한 뒤 지난달 27일 인천공항에서 바로 검거했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김 대리를 업무상배임과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했으며, 오는 3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노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