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프로레슬링 황금기’ 이렇게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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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프로레슬링이 동력을 잃은 것은 ‘해외파’인 김일과 ‘국내파’인 장영철의 자존심 다툼 때문이었다. 장영철과 천규덕이 이끌어가던 국내 프로레슬링은 1967년 중앙정보부가 일본에 있던 김일을 한국으로 영입하면서 트로이카 체제를 이루게 된다. 장영철은 ‘우리가 판을 만들었는데 일본에서 온 김일이 혜택을 독차지한다’는 피해의식을 갖고 있었다.

장영철보다 두 살 많고 김일보다 세 살 아래였던 천규덕은 그 사이에서 중재 노력을 많이했다. 군(軍)이라는 안정된 직장을 갖고 있던 천규덕은 성격도 온화했다. 네 살난 장녀를 서울에서 교통사고로 잃었는데 가해차량이 육군 일병이 모는 군용차였다. 당시 육군 상사였던 천규덕이 바들바들 떠는 그 일병이 불쌍해 헌병대장에게 ‘선처를 원한다’는 탄원서를 써준 것은 그의 성품을 짐작케하는 일화다.

하지만 천규덕의 노력에도 김일과 장영철의 감정의 골은 너무 깊었고 결국 ‘레슬링은 쇼’라는 장영철의 본의 아닌 폭로 때문에 한국 레슬링은 직격탄을 맞았다. 천규덕은 김일의 리더십 부족과 장영철의 대범하지 못한 성격을 파탄의 원인으로 꼽았다.

박정희 정부는 프로레슬링에 많은 지원을 했다. 직접적인 금전 지원은 없었지만 서울 중구 정동 소재 국유지(나중 문화방송 부지), 장안동 땅 등을 프로레슬링협회에 내줬다. 그러나 김일은 이를 팔아 개인사업을 하다 파산했고 나중 이를 알게 된 천규덕에게 고발당했다. 김일의 횡령사건은 청와대 사정반의 조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났는데 천규덕의 고소취하로 처벌은 받지 않았다.

▲1932년 부산 출생 ▲1949년 육군항공대 입대 ▲1961년 프로레슬링 입문 ▲1963년 육군 상사 전역 ▲1964년 영진약품 입사(무역부장으로 정년퇴직) ▲1972년 미국 프로레슬링 데뷔, 테네시주 태그매치 챔피언 ▲1975년 한국 프로레슬링 헤비급 챔피언 ▲1978년 극동 태그매치 챔피언 ▲1980년 현역 은퇴 ▲1998년 프로레슬링 동우회 결성 ▲2002년 신한국 프로레슬링 협회 원로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