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경영-성과주의’ 인사원칙 반영… 남용 LG전자 부회장 자진사퇴

실적악화의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한 남용 LG전자 부회장 후임으로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이 선임됨에 따라 LG전자가 향후 어떻게 경영상황을 타개해나갈지 경제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최고경영자(CEO) 교체는 ‘책임경영’과 ‘성과주의’라는 LG의 인사원칙이 반영된 결과로 경제계는 보고 있다.

특히 LG전자 새 사령탑에 앉은 구본준 부회장은 과거 LG전자와 LG반도체 등에 근무할 당시 적극적인 리더십을 발휘했던 경험이 있어 신임 구 부회장의 리더십이 향후 LG전자 경영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지도 관심이다.

LG전자는 남용 부회장이 실적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17일 긴급이사회를 열어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구본준 부회장은 10월1일부터 집행임원으로 정식 등기돼 사실상 이때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LG전자는 구본무 회장의 친동생인 구 부회장이 최고경영자로 오게 됨에 따라 상당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구 부회장은 LG전자와 LG화학, LG반도체, LG디스플레이 등 주력 계열사에서 임원과 최고경영자를 두루 거쳐 정보·기술(IT)기기와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등 주요사업을 두루 체험한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LG전자에는 1987년부터 1995년까지 9년동안 몸을 담았었다.

특히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1998년 LG반도체 대표이사를 역임하면서 반도체 빅딜로 반도체 사업 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LG전자와 LG반도체가 따로 경영하고 있던 TFT-LCD 사업을 분리해 내 LG LCD 설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1999년에는 네덜란드 필립스사로부터 16억달러 규모의 외자를 유치해 LG필립스 LCD(현 LG디스플레이)를 설립해 본인이 직접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TFT-LCD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자진 퇴진을 선택한 남용 부회장 역시 스마트폰에 적극 대응하지 못해 실적이 악화되는 책임을 져야 했지만, 그동안의 공적도 적지 않다.

LG전자는 남 부회장이 지난 4년간 경영혁신과 글로벌화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그가 취임한 지난 2007년 이후 LG전자의 매출액은 2006년말 대비 50% 이상 성장했고 영업이익도 260% 이상 증가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남용 부회장이 핵심 업무인 코어 프로세스(core process)를 정립, 업무 표준화를 추진하면서 지난해 말 연초 계획 대비 간접비용을 2조2000억원, 재료비도 2조5000억원가량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스마트폰에 대한 적절한 대응과 하반기(7∼12월)와 내년 예상되는 경기하강 국면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관심”이라며 “이 과정에서 구본준 부회장의 강한 리더십이 진가를 발휘할지 눈여겨 볼 대목”이라고 말했다.

임대환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