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日 ‘파워게임’… 동북아 격랑 속으로

영토와 환율 문제로 미·중·일 3국의 대결이 격화되면서 동북아 정세가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3국 대전’은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 간 패권 전쟁 성격이 짙은데다, 무역·환율 등 경제적 문제는 물론 중·일 간 ‘민족주의’도 복잡하게 얽히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는 독도 문제에도 직·간접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중·일 3국 전쟁의 직접적 도화선은 중·일 간 해묵은 영토분쟁이다. 일본 정부가 지난 7일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 열도) 인근에서 중국 어선의 선장을 구속했고, 중국이 23일 희소금속의 대일 수출 중단 및 여행 제한 등으로 맞받아친 것. 영토 문제에 개입하지 않아왔던 미국이 동맹국 일본측 입장에 손을 들어주면서 미·중·일 3국 분쟁으로 확대되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 환율·무역 문제까지 얽히면서 사태는 더욱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 총회가 3국대전의 전장이 됐을 정도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3일 뉴욕에서 열린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에 대해 위안화 절상을 공식 요구했고 일본 정부도 최근 중국이 일본 국채를 대량 매입하면서 ‘엔고’ 현상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일본과의 정상회담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맞대응하고 있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3국 갈등이 단기적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라 앞으로도 언제든지 되풀이될 것이라는 데 있다. 서로 이해관계가 팽팽히 맞서는 영토분쟁의 속성이기도 하지만, 동아시아를 둘러싼 패권 경쟁 성격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소의 중국 전문가는 “댜오위다오 갈등도 미·중 갈등과 맞물려 있는 것 같다”면서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서해상 한미 연합 군사훈련, 지난 7월 미·중간 난사(南沙)군도 이견 등으로 갈등이 점증된 측면도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중·일 갈등은 장기적으로는 동북아 정세에 뇌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양국에서 거세지고 있는 민족주의가 언제든 갈등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중국 공산당도 민족주의를 잠재우기 쉽지 않고, 일본 민주당 정권도 영토문제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면 정권이 위험해진다”면서 “동북아 영토 문제는 현상유지가 최선이라는 합의가 이뤄져야 근본적으로 문제가 풀린다”고 분석했다.

정부 역시 3국간 갈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독도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다, 3국갈등이 국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독도 문제에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으며, 주변국이 불편한 관계면 6자회담에도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진 센터장은 “한국 정부가 강대국 간 갈등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으며,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