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한통으로 누리는 행복, 걷기 말고 뭐가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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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반길요? 3코스가 단연 최고지요.”

‘대전둘레산 잇기’ 모임의 안내대장인 이주진(62)씨는 대청호반길 중에서 노고산성을 넘는 3코스를 추천했다. 산을 타고 넘되 그리 숨가쁘지 않고, 산성에 올라서 보는 호수의 경치와 호반을 따라 걷는 길이 운치있는 데다 이야기까지 곁들여져 조화를 잘 이룬다는 게 추천의 이유였다.

이른바 ‘백두대간’ 산행을 도합 4번이나 한 산꾼인 데다 3년 전부터 다른 산은 다 마다하고 1주일에 사나흘을 대전 인근의 산만 오르내리고 있는 그는 대전 지역 산의 매력을 산성에서 찾았다. 대전 일대에서 확인된 백제 때의 산성만 52개. 그는 이즈음 폐허가 된 성 하나 하나마다 품고 있을 이야기들에 부쩍 관심을 두고 있다.

군복무 시절 독도법을 익힌 뒤부터 산에 빠져들기 시작했다는 그는 간판업을 하다 은퇴 이후 6년이 넘게 ‘대전시경계 따라걷기’와 ‘대전둘레산 잇기’ 모임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명색이 ‘안내대장’으로 똑같은 산을 수십번씩 오르내리며 회원들을 이끌지만 주어지는 보수는 한 푼도 없다. 동호인들이 모인 산악회는 회비가 한 푼도 없고, 뒤풀이 비용도 회원들이 그 자리에서 추렴해 쓴다. 사정이 이러니 돈을 벌기는커녕 한 달에 20만원쯤 돈이 나간다.

“도시락 하나와 마실 물 한 통만으로 건강을 챙기고 즐거움도 누릴 수 있는 일이 등산이나 걷기 말고는 또 뭐가 있겠어요.”

그는 젊은 시절 추락사고로 다리 한쪽이 불편하다. 사고 당시에는 의사가 ‘걷기도 어려울 것’이라 했지만, 꾸준한 운동으로 근력을 회복해 약간 불편해 보이는 정도다.

‘실속없는 일에 매달리는 걸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기자에게 그는 “나도 산에 가면 다리를 절지 않는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박경일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