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국 미술작가 ‘생태공존’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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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문제, 녹색성장이라는 전 지구적 관심사가 세계 미술계에서 어떻게 표출되고 있을까? 심각한 오염 현장을 지목하는 한편 일상생활의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등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성장하는 녹색환경의 의미를 일깨우는 국내외 미술품들이 한데 모였다. 자신의 직간접 체험을 작업에 반영하며 발언하는 미술작가들이 생태, 자연환경에 대한 관심을 작품에 담아냈다.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9~28일 열리는 ‘그리닝 그린(Greening Green)전’은 지구 환경을 주목한 기획전이다. 한국을 비롯해 9개국 작가 13개팀이 미술 속 ‘생태적 공존’을 모색했다. 미술인들이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하고 다양한 매체와 테크놀로지의 융합을 꾀하는 한편, 협업을 통해 서로의 시각을 나누는 등 진행과정에서 상호 소통과 역량의 증폭을 시도했다.

오세원 학예연구실장은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전후해 열리는 이번 전시가 “지속가능하고 균형있는 미래 환경의 조성이라는 동시대의 관심사를 시각화한 기획”이라고 말했다.

지구온난화로 녹아내리는 빙하, 도시에서 양산되는 쓰레기들이 현대의 풍경화로 다뤄지고, 전시 폐막 후 용도 폐기된 가벽들이 새로운 예술품으로 탈바꿈했다. 영화, 명화를 패러디한 애니메이션, 영상을 통해 인간의 살상, 에너지문제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전한다.

중국 작가 야오루의 작품은 작가가 직접 촬영한 폐허와 쓰레기 사진을 재조합한 ‘쓰레기 산수화’다. 언뜻 안개 낀 절경을 묘사한 그림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닐로 뒤덮인 쓰레기장, 건물 잔해 등이 드러난다.

한편 사진 퍼포먼스를 통해 도시 쓰레기를 주목해온 인도 작가 비반 순다람도 알록달록한 음료수 캔더미 속에 옷걸이, 찌그러진 철판이 박혀 있는 사진 ‘메탈 박스’를 발표한다. 중동 사막을 상징하듯 모래를 전시장에 깔고 자전거타기 퍼포먼스를 펼치는 아마드 나달리안은 이란의 환경작가. 타이어에 공생과 평화의 메시지가 새겨진 자전거를 타고 14년째 세계 18개국을 돌고 있는 그는 이전 퍼포먼스를 기록한 사진도 선보인다.

미국 작가 레사 윌슨의 작품은 폐기물을 재활용한 신작이다. 그는 한국 작가 양혜규가 아트선재센터 개인전 때 가벽으로 사용했던 흰 나무판을 소재로 아티초크형 조명과 의자를 만들었다. 미술전시장의 폐품을 새로운 예술품으로 탈바꿈시킨 것. 미국 작가 제임스 발로그는 빙하가 서서히 녹아내리는 모습을 거대한 영상으로 담아냈다.

이 밖에 독일 작가 로만 키르스너-한국 작가 최재원, 일본 작가 아라카와 에이-무카이 마리 팀은 협업을 통해 주변 환경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는 퍼포먼스 설치작품을 내놨다. 한국 작가 이재이의 작품 ‘기억 속의 바다’는 친숙한 바다를 관람객의 동선에 따라 변하는 인터랙티브 영상으로 재구성했다.

아르헨티나 출신 플로렌시알 레비와 한국 작가 김주연은 식물 생태를 주목한 작품을 선보였다. 레비는 세계 각지서 채집한 식물을 작가 모국의 흙에 심은 작품을 통해 식물의 이식과 변이를 말한다. 김주연은 특정 공간에서 식물이 생성 소멸하는 과정을 영상에 담았다. 이 밖에 한국 작가 김혜원은 야생동물 학살이란 주제를 회화 분위기로 연출한 몽환적인 애니메이션을, 영국 작가 니알 타울-제이슨 아타는 영화 007시리즈를 패러디한 애니메이션에서 오염이 덜한 재생에너지 개발의 필요성을 일깨운다.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