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외환銀 인수 확정>금융권 ‘메가뱅크’ 대신 ‘빅4 체제’ 재편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하나금융지주가 24일 외환은행 지분 인수 관련 안건을 이사회에 상정하면서 하나금융의 인수가 사실상 확정된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전경. 곽성호기자 tray92@munhwa.com

하나금융지주가 이르면 24일 외환은행 지분 인수를 공식 발표키로 함에 따라 국내 은행업계가 결국 ‘메가뱅크(초대형은행)’ 대신 ‘빅4 체제’로 재편된다.

하나금융은 24일 오전 이사회를 열어 외환은행 지분인수 안건을 결의하고 이날 오후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이사회를 마치고 곧바로 미국으로 출국, 론스타와 매매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며, 외환은행 인수가격은 4조6000억∼4조8000억원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관측되고있다.

◆ 빅4 체제 구축 =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의 올 3분기(7∼9월) 기준 자산규모는 200조원으로 국내 4대 금융지주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200조원대에 머물러 있다. 우리금융지주(332조원), KB금융지주(330조원), 신한금융지주(310조원)와 비교하면 3분의 2 수준이다. 하지만 하나금융이 자산 116조원의 외환은행을 인수하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자산이 순식간에 316조원대로 불어나면서 나머지 3개 금융지주회사와 덩치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다. 현재 3강(强)·1중(中) 구도가 4강(强) 구도로 바뀌는 것이다.

결국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할 경우, 국내 금융권은 자산규모 500조원대 이상 초대형 은행을 일컫는 메가뱅크 대신 몸집이 비슷한 은행 지주회사 4곳이 시장을 지배하는 빅4 체제로 재편되는 셈이다. 정부가 올해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을 재개하면서 금융권은 한동안 메가뱅크 탄생을 둘러싸고 찬반 논쟁을 벌였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업계가 빅4 체제로 굳어질 경우, 안정적인 경쟁구도가 형성돼 금융소비자들이 누리는 서비스 질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포트폴리오가 달라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 연구위원은 “4개 금융지주회사들의 규모가 비슷해진 만큼 의미없는 규모 경쟁을 지양하고 대신 우량고객 확보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은행 고객들도 좀 더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카드 시장점유율 10%대 =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카드업계 판도도 바뀐다. 지난해말 출범한 하나SK카드의 시장점유율은 5%대로 6개 전업계 카드사 가운데 가장 낮다. 하지만 시장점유율이 4%대인 외환카드를 흡수하게 되면 하나금융 카드부문의 시장점유율은 단숨에 10%까지 뛰어오르며 현대, 삼성 등 2위권 카드사들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는 특히 금융과 통신의 융합을 모토로 내걸고 출범한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가 결합할 경우,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지 주목하고 있다. 외환카드는 충성도 높은 고객군이 많고 자체 가맹점망을 갖춰 카드업계 알짜배기로 통한다. 하나금융은 카드부문 역시 당분간 1금융지주회사 2카드사 체제를 유지하면서 양 카드사 간 제휴나 협력 관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외환은행 나머지 주주들의 동의와 하나SK카드 2대주주인 SK텔레콤과의 협의가 필요해 당분간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를 별도로 운영할 예정”이라며 “다만 양 카드사 간 협력 방안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진·손기은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