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신년특집-세계 석학에 듣는다>“네트워크 시대, 정보흐름 장악이 곧 파워 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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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나이(Joseph Nye·74·사진)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21세기 정보화시대에는 인터넷 가입자 수 등 네트워크의 집중화가 강력한 리더십을 만들어낸다는 점을 일찌감치 간파한 정치학자이다. 정보화시대에는 문화적, 이념적 매력을 의미하는 다양한 형태의 ‘소프트 파워’ 흐름을 장악하는 이가 명실상부한 ‘스마트 파워’를 발휘한다는 게 나이 교수의 견해다. 그는 “네트워크는 리더들이 하고자 하는 것을 이끌어갈 수 있는 사회적 자본을 높이고 네트워크 집중화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파워를 실어나른다”며 “이를 장악하는 것이 리더들을 위한 주요한 파워 소스”라고 지적했다. 나이 교수는 지난 12월15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하버드대에서 이뤄진 문화일보와의 신년 특별 인터뷰에서도 21세기에 스마트 파워가 갖는 의미와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네트워크가 일반화된세상에 살고 있고 글로벌 정보화시대에는 하이테크 기술이나 인터넷 가입자 수 등이 국가의 파워를 늘린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그동안 소프트 파워를 최대화해온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 앞으로 한반도에만 머물지 말고 국제무대에서도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북한을 ‘세계에서 가장 큰 위험’으로 지적하면서, 중국이 한계를 갖고 있음에도 북한을 더욱 압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먼저 ‘스마트 파워’란 어떤 의미인가.

“정보화시대는 국경을 허물고 사람들을 직접 설득할 수 있는 더 많은 소프트 파워를 확산시키고 있다. 과거에도 ‘지식 파워’란 말이 있었지만 정보화 시대인 지금은 정보 흐름을 장악하는 것이 중요한 파워 소스가 되고 있다. 미국은 압도적인 하드 파워를 갖고 있다. 하지만 외교정책의 다양한 도전을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를 합친 스마트 파워, 스마트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경제위기 이후 미국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높다. 초강대국으로서 미국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나.

“미국은 21세기에도 세계의 우월적 파워국가로 남을 것이다. ‘파워의 미래(The future of power)’란 책에서 21세기에 파워가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다룬 적이 있는데, 21세기에 미국은 다른 국가보다 더욱 강력해지리라고 본다. 물론 내가 21세기의 끝을 알 수 없다. 다만 모든 국가는 비정부적 행위자들(non―governmental actors)에게 많은 권력을 내줄 것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기후변화와 테러리즘, 사이버 안보 같은 초국가적 도전과제들인데, 이는 국가 간의 협력을 요구한다. 미국은 가장 강력한 국가로 남겠지만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선 다른 국가들과 협력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질 것이다.”

―미국이 21세기에도 강한 국가가 될 것으로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은 세 가지 형태의 파워를 갖고 있다. 군사, 경제, 소프트 파워이다. 군사 파워에서 미국은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은 능력을 갖고 있다. 경제 파워에서도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다. 세계경제포럼이 측정하는 경쟁력을 봐도 싱가포르, 스웨덴, 스위스 다음이 미국이다. 하지만 1∼3위는 조그마한 국가이다. 중국은 27, 28위에 머물고 있다. 소프트 파워 측면에서도 미국은 다른 나라를 끌어당기는 능력이 있다. 미국은 어떤 국가보다 더 많은 소프트 파워를 갖고 있다. 파워의 세 가지 유형에서 미국은 여전히 가장 강력한 위치에 있다.”

―그렇다면 미국의 약점은 무엇일까.

“미국의 약점은 내부적이고 정치적인 문제이다. 미국 체제는 효율성보다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미국인들은 저소득층에 대한 교육시스템을 더 해결해야 한다. 미국 대학은 상위계층을 위해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중등교육을 개선해야 한다.

―국제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로 ‘아시아의 부상(rise of Asia)’을 지적한 적이 있다. 아시아의 힘이 얼마나 커질 것으로 보나.

“아시아는 1750년 세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담당했다. 유럽과 북미의 산업혁명 때문에 아시아 비중이 20%쯤으로 축소됐다. 일본의 메이지(明治)유신 이래 아시아는 산업화를 시작했고 세계 생산량의 몫을 회복해오고 있다. 21세기 언젠가는 아시아가 세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아마 21세기 후반쯤일 것이라고 본다.”

―중국을 적절히 통제하는 미국의 정책은 무엇인가.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통합정책(integration policy)과 보험정책(insurance policy)을 동시에 쓰고 있다. 1990년대 빌 클린턴 행정부는 떠오르는 중국파워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결정해야 했다. 중국을 누르거나, 중국의 부상을 수용하는 선택을 해야 했다.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 같은 국제사회 시스템 속으로 집어넣고 적절한 이득과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중국 정책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 일본과 밀접한 동맹을 유지하는 보험정책을 취했다. 중국이 나쁜 길을 가게 된다면 동맹국들이 중국파워에 균형을 잡아가는 것이다.”

―오늘날 세계의 가장 큰 위협은 무엇일까.

“북한이다. 불안정하고 위험을 즐기는 정권이다. 가장 위험스럽다.”

―그렇다면 오바마 행정부는 대북정책에 실패한 건가.

“현재의 대북정책은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부터 시작된 것이다. 북한 정권을 제거하는 데 성공적이었냐는 관점에서 보면 확실히 아니다. 또 핵프로그램 중단이란 측면에서도 성공하지 못했다. 부시 행정부나 버락 오바마 행정부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는 중국 정부의 정책도 마찬가지다. 중국도 북한 경제를 현대화시키고 핵프로그램을 진행하지 못하도록 노력해왔으나 마찬가지로 실패했다. 누구도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다.”

―북한에는 스마트 파워 외교가 통하지 않나.

“스마트 파워는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의 결합인데, 미국은 북한에 대해 행사할 소프트 파워를 거의 갖고 있지 않다. 소프트 파워는 상대방을 매력적으로 끌 수 있는 능력인데, 미국은 김정일이나 북한체제가 매력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게 없다.”

―북한이 최근 잇달아 도발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권력승계 때문인가.

“북한은 위기조성을 원한다. 김정은의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김정일은 그를 장군으로 만들었다. 위기가 조성됨으로써 그는 국가의 수호자로서 이미지를 갖게 될 것이다. 북한은 권력승계의 일부분으로서 위기를 조성해왔다고 생각된다.”

―미국은 북한체제 전복이 머지않은 것처럼 생각해왔다. 그게 잘못 아닌가.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오랫동안 예측해왔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길게 생존하고 있다. 인구의 10%가 굶주림에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이를 견디고 살아남았다. 북한이 언제 무너질지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난 그것이 곧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현실은 알 수 없다. 인위적인 체제 전복을 할 수는 없고, 북한 내부에서 체제 변화가 자연스럽게 발생할 것이다.”

―미국이 스마트 파워를 잘 활용해왔다고 보나.

“오바마 행정부는 하드 파워의 선상에서 소프트 파워를 증가시키려 노력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이 했던 수많은 연설을 보라. 미국의 소프트 파워를 증가시키려는 목적을 보이고 있다. 동시에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군사적 파워를 강하게 유지해왔다. 그래서 나는 그가 스마트 파워의 전략을 잘 따라왔다고 평가한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마찬가지이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놓인 한국의 바람직한 생존전략은 무엇일까.

“한국은 중국과 일본이라는 두 거대 이웃의 균형을 잡아주는 데 유리한 측면을 갖고 있다. 미국과의 동맹이 한국에 아주 중요하다. 미국은 지정학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한국이 적절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만약 두 거대 국가 사이에 끼인 조그만 나라가 가까이 있는 한 나라와 동맹을 맺는다면, 그 나라의 지배를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멀리 떨어진 나라와 동맹을 맺는다면 훨씬 안전하다. 이게 한국을 위한 최선의 전략(best strategy)이다.”

―한국의 미래를 전망한다면.

“한국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역할을 키워가고 있다. G20 정상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한 것이 그 증거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멤버이기도 하다. 한국은 상당한 성공 스토리를 갖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매우 잘하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에 너무 집중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다. 대신 G20 개최 등과 같이 국제무대에서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이 민주주의를 유지하고 경제성공을 계속한다면 다른 나라들이 매력을 느낄 충분한 소프트 파워를 갖게 될 것이다. 한국은 이미 소프트 파워를 최대화해왔다고 생각한다.”

―한미관계의 미래는 어떤가.

“나는 한미관계가 무역파트너십을 증가시키면서 동시에 군사적 동맹도 강화해야 한다고 희망하고 있다. 두 나라 모두 북한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고, 그 위협으로부터 군사적 동맹을 유지하기를 바라고 있다.”

케임브리지 = 글·사진 천영식특파원 kka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