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국어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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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논설위원

한 언어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전문 용어 가운데 ‘연속성지수’라는 게 있다. 가정에서 토착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수를 그 언어를 제1 언어로 사용하는 사람의 수로 나누어 구한 수치다. 만약 연속성지수가 100에서 40으로 떨어졌다면 그 언어는 생존 능력이 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능력지수’는, 모어(母語) 사용자 수를 그 언어로 일정 수준의 대화가 가능한 사람 수로 나누어 구한 값이다. 100을 초과하면 그 언어를 모어로 하는 사람 외에 제2언어로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위기에 처한 언어라 할지라도 능력지수를 높인다면 되살릴 가능성은 있다.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특정 언어에 대한 위협이 인식됐을 때 그 언어를 보존하고자 하는 관심의 표현, 즉 ‘언어 충성’이 필요하다. 로마제국의 방언이었던 아시리아어나 아람어가 현대의 일상 언어로 회생한 것은 그 한 사례로 꼽을 만하다.

최근 유네스코는 토착 제주어를 소멸위기의 언어 즉, ‘매우 심각한 위기에 처한 언어’로 분류했다. 언어학자 스티븐 웜의 ‘언어 위기’ 5단계 중 맨 마지막, 즉 사멸하기 직전 단계인 ‘빈사 상태’ 바로 앞 단계가 ‘심각한 위기에 처한 언어’다. 제주어의 연속성지수가 100에서 멀어져 0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제주어에 대한 충성이 절실하다는 경보다.

지구상의 6000여 언어 중 21세기 안에 대다수가 사멸하고 영어·중국어·스페인어 정도만 살아남을 것이며, 일본어·독일어 등은 명맥만 유지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 지 오래다. 이 주장에 따르면 대체로 1억명 이상이 사용하는 언어는 쉽게 사멸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한국어의 경우 남북한을 통틀어도 사용 인구가 8000만이 안된다. 게다가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 수준이다. 그러니 출산율 높이기와 더불어 외국인에 대한 한국어 보급은 ‘국어 충성’의 방안들이다.

국립국어원이 23일로 개원 20주년을 맞는다. 사람으로 치면 약관(弱冠)이다. 약관의 국어원이 국가 어문 정책 주무 기관으로서 해야 할 과제는 산적하다. 큰 틀의 그림을 그리고 세부적인 과제들을 하나하나 채색하려면 많은 손질과 재료가 필요할 것이다. 그 작업을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일은 정부의 몫임은 말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