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민원 소비자 ‘블랙컨슈머’의 종말

도를 넘어선 허위사실 유포와 비방을 일삼던 블랙컨슈머(악성 민원 소비자)가 구속됐다. 이에 시민·소비자단체들이 “소비자의 권리를 가장해 부당이득을 취하려는 행태가 재발해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어, 사리를 채우기 위한 악성 민원 소비행태의 근절 계기가 만들어질지 주목된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휴대전화가 충전 중 폭발해 불에 탔다고 허위 신고해 삼성전자로부터 피해 보상금을 받아낸 혐의(명예훼손 등)로 이모(29)씨를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010년 3월 삼성전자의 애니콜 휴대전화를 구입해 2개월간 사용하다가 같은 해 5월 종로구 자신의 집에서 전자레인지에 집어넣고 작동해 고의로 훼손한 뒤 “충전 중 폭발했다”고 허위 신고, 삼성전자로부터 500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언론에 허위 사실을 알려 기사가 보도되게 하고 삼성전자 사옥, 리움미술관, 에버랜드, 인천국제공항 등에서 1인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유튜브에 ‘충전 중 휴대전화가 폭발했다’는 내용의 허위 동영상을 퍼뜨리며 전형적인 ‘블랙컨슈머’ 행태를 보인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에 경찰은 지난해 12월 이씨 집을 압수수색해 이씨의 수첩과 노트, 전자레인지용 장갑 등을 확보했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이씨가 폭발했다고 주장한 휴대전화의 감정을 의뢰해 ‘전자레인지에서 나온 전자파로 인해 휴대전화에 불이 붙어 형태가 변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또한 삼성전자도 휴대전화를 회수해 정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에 사고 원인 분석을 의뢰해 ‘휴대전화 자체의 결함이 아니라 외부 요인에 의한 발화로 보인다’는 감정 결과를 확보했다.

전희경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책실장은 “제품의 하자나 안전성에 민감한 기업을 상대로 환불이나 보상을 목적으로 일부러 제품을 훼손하고 언론과 인터넷을 이용해 해당 기업을 압박하는 방법이 잇따르고 있다”며 “행태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일훈기자 o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