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준의 동의보감 새로읽기>허준에 대한 몇 가지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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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동의보감’의 저자는 허준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조선시대에 발간된 대부분의 책이 그러하듯 동의보감 역시 국가에서 발간한 책인 만큼 한 개인의 이름을 붙이는 것은 맞지 않다. 실제 동의보감을 보면 분명하게 ‘허준 찬(撰)’이라고 돼 있다. 오늘날로 말하자면 허준은 책임편집자였던 셈이며 우리가 말하는 ‘저자’라는 개념과는 많이 다르다.

물론 허준은 선조로부터 동의보감 편찬을 직접 명령받았던 사람이며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이라는 두 차례의 전쟁을 거치고 나서부터는 거의 혼자 편찬 작업을 했으므로 동의보감이 완성되기까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굳이 동의보감의 저자를 말할 때 허준이 거론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동의보감이 허준이라는 한 사람에 의해 완성됐다고 할 수는 없다. 실제 동의보감 편찬에 참여한 사람을 보면 유의(儒醫) 정작(鄭？), 태의(太醫) 양예수, 김응탁, 이명원, 정예남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함께 논의하고 작업한 결과가 바로 동의보감이다. 그런데 이들이 동의보감 편찬에서 한 역할은 무엇이었을까.

동의보감은 일찍부터 도교를 바탕으로 한 의학으로 평가됐다. 이는 유교를 국교로 삼던 조선의 흐름과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왜 동의보감은 도교를 바탕으로 편찬됐던 것일까. 여기에는 여러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필자는 가장 큰 이유를, 왕권을 강화하려는 선조와 광해군의 정치적 입장이 반영된 것이라고 본다. 다시 말해 점점 왕권을 위협하고 있던 사대부들의 권력과 그들이 바탕으로 하고 있는 유교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추측하는 것과 달리 동의보감은 출간 이후 곧바로 우리 민족의 의학 교과서로 제 역할을 하지는 못했다. 이는 동의보감 이후 가장 중요한 의서로 평가되는 강명길(영조·정조대의 의사)이 편찬한 ‘제중신편’을 봐도 알 수 있다. 언뜻 그 책은 동의보감의 내용을 충실하게 반영했을 뿐만 아니라 이후의 발전까지를 담은 책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동의보감 편찬과는 전혀 다른 체계를 채택하고 있다. 다시 말해 임상적인 부분은 대체로 동의보감을 따랐지만 책의 구성과 체계를 완전히 바꾼 것이다. 동의보감의 체계를 그대로 따른 책은 정조가 직접 편찬한 ‘수민묘전’이 거의 유일하다. 정조는 그 복잡한 상황과 격무 속에서 왜 직접 의서를 편찬했던 것일까. 필자는 이 역시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본다.

그러면 동의보감을 도교의 의학체계로 만든 사람은 누구였을까. 필자는 거기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정작이었다고 생각한다. 정작은 잘 알려진 인물은 아니지만 그의 형인 정렴(鄭)은 우리나라 도교의 핵심 인물이며 그가 쓴 ‘용호비결’은 지금도 수련과정에서 사용되고 있다. 정작은 동의보감의 기본 틀이 완성되고 나서 전쟁이 나자 산으로 들어가 버렸다. 필자는 동의보감의 편찬, 특히 동의보감의 바탕이 되는 도교를 도입해 동의보감의 체계를 만든 사람은 바로 정작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동의보감 편찬에 참여했던 사람 중 도교를 정통하게 이해하고 있던 사람은 정작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굳이 동의보감의 저자라고 한다면 허준 외에 한 사람의 이름을 덧붙이는 것이 정당하다고 본다. 그 이름은 바로 정작이다.

한의사, 들꽃피는요양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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