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독서광, 서구 애서가의 책사랑 이야기

독서의 탄생 마거릿 윌리스 지음, 이상원 옮김 / 황소자리
어느 책 중독자의 고백 / 톰 라비 지음, 김영선 옮김, 현태준 그림 / 돌베게

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1743~1826)은 독립선언문을 작성한 미국 건국의 아버지이며 버지니아대를 설립한 교육자이자 소문난 애서가였다. 1812년 무렵 장서가 6000권이 넘었고, 그의 도서실은 미국 최대규모였다. 신대륙 최고의 서점인 버지니아가제트의 단골고객이고 도서판매상의 카탈로그를 통해 런던 애든버러 더블린의 출판 뉴스를 입수했다.

당시 구입한 책은 법률서적이 아니라 영국사, 스코틀랜드사, 독학을 위한 이탈리아어사전 및 시집이었다. 18세기 후반 프랑스 주재 미국공사 시절엔 파리 서점을 순례하며 미국 관련 책이며 학문 분야의 희귀본과 주요 목록을 훑었다. 1815년 제퍼슨의 장서 6487권을 토대로 워싱턴서 의회도서관이, 그리고 1820년 버지니아대에 도서실이 설립됐다.

소문난 애서가와 장서가의 일화를 통해 책 모으기와 책 일기의 행복을 일깨우는 색다른 기획의 책 2권이 동시에 선보였다.

‘독서의 탄생’은 제퍼슨 대통령을 비롯해 특별한 애서가를 중심으로 서구인의 책과 독서를 주목한 저서다. 학생 사서 편집자 도서판매자 출판인 작가의 입장에서 줄곧 책을 가까이해온 저자는 출판 유통 및 독서까지 책이야기를 정리한다. 인쇄도서가 보급되기 시작한 16세기부터 도서자동판매기가 등장한 20세기 초까지, 시대별로 다양한 인물의 일화를 통해 펼쳐진다.

16세기 여성인 베스 하드윅, 책을 보관할 도서실 건축에 열정적이었던 19세기 영국 건축가 존 소언을 비롯, 1935년 담배 한 갑 가격인 6펜스짜리 펭귄 페이퍼백 시대며 북클럽이 대중화하는 출판의 변화상을 다룬다. 귀족과 지식인층 중심으로 독서광들이 어떤 책을 읽었고 또한 어떻게 책을 구하고 소장했는지, 그리고 공공도서관이 등장하고 독서클럽이 대거 등장하면서 일반인들이 적극 책을 찾게 되기까지.

인쇄 출판에 대한 어두운 미래 전망이 쏟아져나오는 21세기 전자책 시대지만, 저자는 역사 속 책과 사람의 만남을 주목하며 종이책의 미래를 낙관한다.

한편 ‘어느 책 중독자의 고백’은 미국인 저자의 글에 만화가 겸 장난감수집가인 현태준씨의 그림이 더해진, 독특한 책 이야기다. 스스로를 평범한 독자, 그러나 ‘책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책중독자’로 칭하며 저자는 책을 찾아다니고 읽고 모으는, 비슷한 부류의 사람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서점에만 가면 정신줄을 놓고, 책쇼핑을 즐겨 동일한 책을 두 권 산다든지, 주변에 책을 더이상 들여놓은 공간이 부족한 사람들… 이들이 장서광과 애서가중 어느 쪽이냐며 저자는 책 중독의 다양한 증세를 해부한다.

책의 역사만큼 오래된 책 중독 증세는 책의 양이나 수집 자체가 목적인 장서광이나 책 내용을 음미하며 열심히 읽는 애서가뿐 아니다. 희귀성, 초판본에 열광하는 수집광을 비롯해 다독가, 책지름신강림자, 책매장자, 식서가, 책도취증 등 형태도 다양하다. 저자는 책에 집착하는 책 중독의 유형을 분석하는 가운데, 독서의 즐거움을 역설적으로 일깨운다.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