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할수 있는게 하나도 없다”… 송전선 확보에‘마지막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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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후쿠시마(福島) 원자력 발전소 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 보관 수조(水槽)의 물이 바닥났다고 밝히면서 핵재앙에 대한 공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만약 4호기 수조가 바닥났다면 이는 심각한 상황으로 최악의 경우 폭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어느 정도 위험한가 = 후쿠시마 원전의 최대 위험으로 떠오르는 4호기는 지난 15일, 16일 두 차례 폭발과 화재가 일어난 곳으로 최대 화약고는 이곳 건물 5층에 있는 사용한 핵연료 보관 수조이다. 이곳에는 후쿠시마 제1, 2원전에서 사용한 연료가 보관돼 있다.

일단 일본 당국과 도쿄전력은 4호기의 수조가 완전히 바닥난 상황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일본측은 사용한 핵연료 보관 수조에 냉각수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 수위가 낮아졌고, 이에 따라 수면 위로 나온 핵연료의 온도가 오르면서 수증기가 발생한 상태로 완전 고갈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4호기 주변의 방사선 수치가 너무 높아 직원들이 진입하지 못하고 있어 수조 상태를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확인된 사실은 지난 15일 외벽에 난 8m짜리 구멍 두 개를 통해 수조에 물이 차 있는 것을 봤다는 것이 전부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나 = 사용후 핵연료는 우라늄 농축도가 낮아 일반적으로는 핵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격납용기 속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나온 방사성 물질이 바로 대기로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이 큰 문제이다. 특히 4호기의 경우 건물 외벽에 8m짜리 구멍이 나 있어 지금도 이를 통해 방사성 물질이 곧바로 대기로 배출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만약 NRC의 분석대로 수조가 바닥이 났다면 이는 심각한 대형 재앙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사태라고 보고 있다. 사용후 핵연료가 냉각수에서 노출돼 공기 중으로 나오면 피복제가 산소와 만나 산화하고, 이어 핵연료가 녹아내리게 된다. 다행히 수조 아래에 붕소로 된 철판이 막고 있어 폭발 가능성은 낮지만 오랫동안 방치할 경우 임계에 도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전문가들은 이 시간을 1주일 정도로 보고 있다. 제무성(원자력공학) 한양대 교수는 “만약 수조가 말랐다면 핵연료가 녹아 내려 뭉치면서 핵반응이 일어난다”며 “재임계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응은 = 하지만 문제는 별다른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서균렬(원자핵공학) 서울대 교수는 “초기 진압에 실패해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기껏해야 소방차나 헬기로 물을 넣는 것인데 이는 방사성 물질이 너무 많이 나오고 있어 시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서 교수는 “물을 넣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며 “500도, 1000도에 이르는 핵연료에 물을 넣으면 오히려 다 찢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재임계 수준에 이르는데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현미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