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모 자진 하차…‘나는 가수다’ 존폐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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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건모(사진)가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는 가수다’)에서 자진 하차함에 따라 프로그램 존속 여부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 됐다(문화일보 3월23일자 27면 참조). 선배 김건모가 논란 속에 하차를 결정하자 후배 가수들 역시 “출연할 명분이 없다”며 심하게 동요하고 있다.

김건모는 ‘나는 가수다’ 연출자였던 김영희 PD의 교체가 전격 결정된 23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소속사 사무실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쯤에서 제가 빠지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눈병이 걸려 눈이 벌겋게 충혈된 상태로 등장한 김건모는 “(김)영희 형이 사퇴했다는 소식을 듣고 저는 어떻게 해야 되나 고민을 많이 했다”며 “회사 관계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한 끝에 사퇴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저도 ‘나는 가수다’에 계속 나갔으면 좋겠지만, 이제 이 프로그램을 만들 대장(김 PD)이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이어 “전쟁에서 대장이 잘 싸우고 있는데 칼 한번 잘못 뽑았다고 그런다면…”이라며 김 PD의 사퇴를 안타까워했다.

김건모는 지난 20일 방송에서 이소라, 윤도현, 박정현, 백지영, 김범수, 정엽 등 총 7명의 출연자들 중 마지막 순위인 7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동료 가수들이 이의를 제기, 제작진으로부터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은 뒤 재도전을 선택했다. 이후 김 PD에게 원칙을 어겼다는 지적이 쇄도했고, MBC는 결국 김 PD에 대해 교체 결정을 내렸다.

김건모는 “재도전을 하느냐 안 하느냐 갈등이 많았지만 재도전한 것에 대해 후회는 없고, 탈락한 뒤 그냥 집에 갔다면 저 자신은 바뀌지 않았을지 모른다”며 “꼴찌를 해 창피하기도 했지만 재도전 기회를 얻어 2주일간 저 자신을 되돌아보며 더 좋은 무대를 보여 드리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며 재도전이 줬던 장점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나는 가수다’는 우리나라에 노래 잘하는 가수들이 정말 많다는 것도 알리는 프로그램”이라며 “제가 하지 않더라도 남아 있는 가수들이 프로그램을 잘 다져 2, 3기 출연자들이 계속 나오는 등 ‘나는 가수다’가 오래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김건모의 바람과는 달리 ‘나는 가수다’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가요계 안팎에 확산되고 있어서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한 가수의 매니저는 “선장 김 PD도 빠지고 고참 김건모도 없는 상황에서 누굴 믿고 후배들이 계속 출연할 수 있겠느냐”고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가요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김건모 급의 가수들 중 누가 출연한다고 하겠느냐”면서 “인지도가 아주 낮은 가수들이야 섭외가 되겠지만 그럴 경우 시청률이 급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는 가수다’는 21일 예정대로 녹화를 진행, 7위를 차지한 가수가 재도전 의사를 밝히지 않아 첫 탈락이 확정됐다고 MBC 측은 밝혔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