횟집 손님 발길 뚝… 불신이 지핀 ‘방사능 공포’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방사성 물질이 전국에서 검출되면서 정부의 미온적이고 불투명한 태도가 시민들의 시장에 대한 불신감을 키우고 있다.

시민들은 국내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던 정부를 비난하며 방진마스크, 공기청정기 등을 서둘러 구매하고 횟집 등 수산시장에 발길을 끊는 등 방사능 공포를 드러내고 있다.

30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용산구 원효로 출근길에서 만난 시민들은 정부에 대한 불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대학원 안선미(여·24)씨는 “정부가 확신에 차서 없다던 방사능이 (국내에)있다고 밝혀지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과학 과학하더니 전문가들도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진 것 아닌가”라고 비난했다.

시민들의 방사능 공포는 소비 행태로 나타나고 있다. 미역과 다시마 등 요오드 음식과 마스크, 공기청정기 등 방진용품 판매가 크게 늘었고 특급호텔 일식당에서도 대체 메뉴 개발에 나서는 등 비상이 걸렸다. 노량진수산시장은 평소보다 30% 이상 매출이 줄면서 고민에 빠졌다.

신세계 이마트에 따르면 22~28일 미역과 다시마 매출은 각각 100.5%, 92.5% 늘었다. 롯데마트에서는 29일 하루 동안 미역과 다시마가 전날보다 12% 더 많이 팔렸다. 마스크, 공기청정기, 손소독제 등 관련 제품도 판매량이 급증해 G마켓에서 22~28일 황사마스크 판매량은 전월 동기 대비 35% 늘었으며 손세정제와 공기청정기는 각각 23%, 21% 더 많이 팔렸다.

노량진수산시장은 손님의 발길이 끊겼다. S수산 황금숙(53)씨는 “방사성 물질 국내 검출 이후 간혹 있던 손님도 아예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과도한 공포감’이라고 지적했다.

박효종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는 “정부는 가감 없이 방사능 문제를 투명하게 조사해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는 게 첫 번째 임무”라고 주문했다. 서균렬(원자핵공학) 서울대 교수는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방사능은 지리적으로 1000㎞ 떨어져서 오는 도중 희석되고 해류를 통해 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방사능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용권·민병기·김영주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