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相生 2011 현장 리포트>年매출 500만원 → 110억원 ‘은인’… “이젠 해외진출도 돕네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성원(왼쪽) 신세계 이마트 신선담당 바이어와 류근모(〃두번째) 장안농장 대표가 지난 13일 충북 충주시 신니면 장안농장에서 재배작물을 둘러보며 납품계획 등을 논의하고 있다. 충주 = 곽성호기자 tray92@munhwa.com

“일본 방사능 유출로 해외 바이어들이 신선식품 물량을 공급해 달라는 요청이 물밀듯이 들어오는데, 이번 기회에 한국 유기농 쌈채소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리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 같습니다. ” (류근모 충주 장안농장 대표)

“그래서 신세계 이마트는 이번 기회에 장안농장의 유기농 쌈채소 공급량을 크게 확대하는 방안을 상의하러 왔습니다. 국내외의 늘어나는 쌈채소 수요 증가를 대비하기 위해 다각도의 대응방안을 가져왔습니다.” (서성원 신세계 이마트 신선담당 바이어)

지난 13일, 봄기운이 화창한 햇살 속에서 충북 충주시 신니면 용원리 유기농영농조합법인 장안농장 물류창고 앞에서 두 사람이 진지한 대화를 하고 있었다. 물류창고에는 전국 각지에 판매될 쌈채소를 실은 대형 트럭들이 쉴새없이 드나들고 있었다.

이날 류근모 장안농장 대표와 서성원 신세계 이마트 신선담당 바이어는 최근 일본 방사능 유출에 따른 국내 쌈채소 시장 동향을 논의하느라 점심 식사도 거른 상황이었다.

동일본 대지진과 방사능 유출에 따른 일본의 농수산 시장 위기가 올해 한국 신선식품 시장에는 적지 않은 반사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데 의견일치를 보았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시장상황 때문인지 두 사람 모두 바쁜 시간을 쪼개다 보니 잠깐의 식사시간도 아까웠다. 류 대표와 서 바이어는 유기농 농장으로 이동하면서 방금 수확한 오이 한 개씩을 입에 베어 물었다.

장안농장 39만6000㎡(12만평)의 대지에 들어선 6개 농장에는 유기농 상추를 필두로 케일·생채·청경자·적치커리·비트 등 10여종의 쌈채소가 비닐하우스 135개 동에서 빼곡히 자라고 있었다. 6개의 농장 가운데 한 곳은 쌈채소가 자라지 않은 황량한 황토만 보였다.

류 대표는 “유기농 재배는 5개월 전부터 준비해야 된다”며 “이곳은 미생물 발효유와 천연 퇴비로 흙의 생기를 돋우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곧 양배추가 파종되는데 유기농 재배는 병충해가 시작되면 손을 쓸 수 없다”면서 “병충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예방 위주로 재배하는 게 유기농이기에 정말 한순간도 눈을 뗄수가 없다”고 말했다.

유기농 쌈채소 농장 뒷동산에는 소와 염소, 토끼, 닭 등이 눈에 띄었다. 기자가 신기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류 대표는 “다른 농장은 소를 기르기 위해 채소를 재배하는데, 우리는 반대로 쌈채소를 재배하는 데 필요한 미생물 바이오, 천연 퇴비 등을 얻기 위해 소를 키운다”며 “소들은 상품으로 포장되지 못한 폐 쌈채소를 먹는다”고 말했다. 유기농 채소를 가축의 먹이로 사용하고, 그 부산물로 퇴비를 만들고 여기서 만들어진 퇴비로 유기농 채소를 생산한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생산된 유기농 채소를 소와 사람이 함께 먹는 일명 ‘물질생태순환농법’이야말로 유기농 재배의 핵심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마트 쌈채소 물량의 60%를 공급하는 장안농장은 이마트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협력회사다. 이마트와의 만남은 지난 2001년 이마트 충주점이 오픈하면서 이어졌다. 그 당시 이마트는 고품질의 유기농 채소를 찾기 위해 전국을 누비던 중 류 대표를 만나 장안농장표 쌈채소를 납품처로 지정했던 것.

처음 농장에서 취급하던 품목은 상추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충주점 입점 이후 류씨의 상추가 좋은 반응을 얻는 것을 본 이마트 측은 류씨에게 재배 품목을 확대해줄 것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양배추와 케일·깻잎과 적겨자 등 장안농장이 키우는 품목은 쌈 채소 전반으로 늘었다. 서 바이어는 “당시 유기농 매장 육성 차원에서 추가로 생산하는 채소는 이마트가 전량 매입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생산량을 늘리는 것을 독려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판매 점포가 이마트 전국 57개점까지 늘었고 그 과정에서 2002년 고작 500만원이던 장안농장의 매출은 2008년 78억원, 2010년 110억원에 이어 올해는 120억원이 예상될 정도로 증가했다. 8년 만에 2400배 성장한 셈이다. 그 덕분에 처음 부인과 단 둘뿐이던 직원은 현재 200여명까지 늘었고 농장 안에 자체 물류센터와 연구소를 운영할 정도로 조직도 탄탄히 갖추게 됐다. 그간 협력농장도 꾸준히 늘어 제주와 강원 대관령 지역까지 포함한 전체 농장규모는 400만㎡ 가까이로 확대됐다.

“유기농 재배이다 보니 당장 공급 물량을 크게 확대할 수 없습니다. 돈 몇푼 더 준다고 일본 쪽의 공급요청을 받아들일 생각도 없고요. 10년 동안 거래했던 이마트의 물량을 줄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눈앞의 이익에 욕심을 내 상도의를 져버릴 수는 없지요.”

류 대표의 말이 이어지자 다소 굳었던 서 바이어의 표정이 금세 밝아졌다.

장안농장의 쌈 채소는 이마트 자체 유기농 제품 매장인 ‘자연주의’ 코너에서 판매된다. 자연주의 코너에서는 가공·신선식품 등 총 70곳의 중소업체 상품을 취급하고 있으며 매출도 매년 20~30%씩 신장해 올해는 10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이마트는 중소 농업인들과의 상생·협업을 위해 유기농 매장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매년 리뉴얼에 들어가는 10여곳의 점포에는 꼭 자연주의 코너를 만들고 있다. 자연주의 코너는 현재 전국 129개점 중 80개 점포에 들어섰다.

충주 = 박민철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