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해킹, 해외서도 접속

농협 전산망 마비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김영대 부장검사)는 파일 삭제 명령이 내려진 노트북에 접속된 인터넷 프로토콜(IP)을 역추적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은 이미 경로가 의심스러운 일부 IP를 확인해 이들의 소재지를 좁혀나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검찰에 따르면 수사팀은 농협 전산망을 관리했던 한국 IBM 직원의 노트북과 연결된 정황이 있는 수백개의 IP 중 경로가 의심스러운 IP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이 추적 중인 IP 가운데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접속한 흔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해외 IP가 범행 과정과 접속 위치 등을 위장하기 위해 사용된 것인지 여부 등을 분석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제기된 가능성 가운데 몇 가지를 살펴보며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며 “2~3주면 결론이 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현재까지 내부자 단독범행, 내·외부자 공모, 해킹에 의한 범죄 등 가능성을 열어놓고 삭제 명령이 내려진 경로 추적에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또 사건이 발생한 지난 12일 오전부터 12시간 넘게 농협 카드 고객의 현금서비스 거래내역 일부가 삭제된 점에 주목, 이번 사건의 동기와 관련이 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이와 함께 한국 IBM직원의 노트북에서 농협 전산망 접속 패스워드가 저장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노트북은 삭제 명령이 실행된 직원 노트북과는 다른 것으로 검찰은 한국 IBM 직원 등 핵심 관련자 2명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노트북을 경유해 삭제명령이 내려졌을 가능성도 있어 노트북 분석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삭제 명령이 처음 실행된 직원 노트북이 무선이 아닌 유선으로 인터넷에 연결돼 있었던 점에 비춰 허술하게 관리돼온 패스워드를 확보한 세력이 외부에서 노트북을 원격조종하는 방식으로 전산망에 침투해 파일 삭제 명령을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북한발 해킹’ 가능성에 대해 검찰은 “예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백기기자 bki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