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복학 않고 연극하자 엄한 아버지 실망… 나도 무뚝뚝한 아버지”

신구씨는 경기고를 졸업한 후 서울대 상대에 시험을 쳤다. 그때 합격했더라면 배우 신구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대학 졸업 후에 은행이나 대기업 사원으로 들어가서 지점장 정도로 은퇴를 했겠지요. 제 주변에 그런 친구들이 많거든요.”

그는 서울대에 떨어진 후 후기 대학의 국문학과에 들어갔다가 군대에 입대한다. 4·19 무렵에 제대를 한 그는 대학에 돌아가지 않고 동랑 유치진 선생이 설립한 드라마센터(서울예술대학의 모태)의 연기 지망생으로 들어간다.

“전무송, 이호재, 반효정씨 등이 드라마센터의 동기생들이에요. 이진순, 여석기 선생님을 비롯한 패컬티가 쟁쟁했지요.”

신씨는 뛰어난 스승들 밑에서 혹독한 훈련 끝에 연기자로 입문하지만, 부모님에게 실망을 줬다는 죄스러움이 컸다고 했다. “부모님은 내가 좋은 대학을 졸업해 대기업에 들어가길 바라셨을 텐데, 연극을 한다니 실망이 크셨을 거예요. 그래도 외아들인 내가 한다고 하니 막지는 않으셨어요. 아버지는 내가 연극한다며 동가식서가숙할 때 돌아가셨어요. 가슴 아프게 가신 것이지요. 어머니는 내가 텔레비전 드라마 하면서 용돈도 드리고 해서 조금은 (응어리가) 풀리셨을까요, 허허.”

그는 39세의 늦은 나이에 결혼, 아들 하나를 뒀다. 속으로는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아들이었으나 겉으로 그것을 자상하게 표현하면서 키우지 못했다. “아버지가 무뚝뚝하게 자식들을 대했던 것처럼 나도 그런 편이었어요. 재래식 아버지들은 권위적으로 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잖아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등에서 보여준 따뜻한 아버지상은 연기였을 뿐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아버지와 대화와 스킨십을 많이 한 아이들이 성격도 좋고 공부도 잘한다는 연구 결과를 들은 적이 있다”며 “요즘 아버지들은 달라져야 할 듯싶다”고 했다.

아들에게 짐짓 엄했다는 신씨는 손자에게는 꼼짝 못한다고 했다. “아들은 자라면서 밉게 한 것도 생각나는데, 고 놈은 참…. (함박웃음을 지으며) 그 녀석 돌잔치 때 너무 기뻐서 ‘얘가 내 장손입니다. 내가 키울 겁니다’ 이랬잖아요. 그래서 고 녀석 학비를 대고 있잖아요. 훌쩍 한마디 한 게 족쇄가 돼 가지고, 고 녀석 클 때까지 내가…허허!”

▲1936년 서울생 ▲1962년 연극 ‘소’로 데뷔 ▲1972년 ‘허생전’으로 TV드라마 데뷔 ▲드라마 ‘개국’ ‘왕과비’ ‘태조왕건’ ‘미안하다 사랑한다’ ‘쩐의 전쟁’ ‘김치치즈 스마일’ ‘선덕여왕’ 등 ▲영화 ‘파계’ ‘야간비행’ ‘8월의 크리스마스’ ‘반칙왕’ ‘간큰 가족’ 등 ▲연극 ‘파우스트’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등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1966·1969·1971), 한국연극영화 TV예술상 연기상(1976·1980·1981),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1999), 연기대상 연기상(2002), KBS 연기대상 최우수연기상(2006), 보관문화훈장(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