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대구스타디움, 시설은 ‘good’ 운영은 ‘bad’

하드웨어는 훌륭했다. 소프트웨어가 문제다. 개막까지 107일을 남겨둔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대한 이야기다.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최종 리허설 격으로 12일 대구스타디움에서 2011 대구 국제육상경기대회가 열렸다.

대회장을 찾은 선수들은 경기장과 부속시설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2005 헬싱키 세계육상선수권부터 여자 200m 3연패를 이룬 앨리슨 펠릭스(26·미국)는 이날 경기를 마치고 “대구스타디움의 몬도트랙이 맘에 쏙 들었다”고 말했다. 펠릭스는 이번 레이싱에서 대회신기록(22초38)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100m 허들 1위 자리를 차지한 데이비드 올리버(29·미국)도 “선수촌 시설에 점수 A+를 주고 싶다. 하루빨리 8월 대회에 참가하고 싶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그러나 대회운영에서는 미숙함이 엿보였다. 이번 대회 남자 세단뛰기에서 한국팀의 유일한 금메달을 수확한 김덕현(26·광주광역시청)은 경기를 마치고 “여자 멀리뛰기가 예정보다 30분이나 늦게 끝나 컨디션을 조절하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김덕현은 “기다리는 동안 날이 추워 가방을 내려놓고 제자리에서 뛰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육상의 경우 몸이 굳게 되면 기록저하가 불가피하다. 대구스타디움은 구조가 비교적 복잡한 경기장이지만 안내를 해주는 진행요원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관중의 매너도 낙제점을 면하기 어려웠다. 일부 관중들은 경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준비해온 소주·막걸리와 돼지고기로 술판을 벌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육상경기의 ‘백미’ 남자 100m 레이스가 끝난 후에는 관중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기도 했다. 김덕현이 1위를 확정짓는 순간 경기장에 남아있던 관중은 1000명 남짓에 불과했다. 내실 없는 외형은 허상에 불과하다. 갈 길은 먼데 날은 저물고 있다.

대구 =이화종 체육부 기자 hiroma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