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K 김병지 “내게 조작 유혹왔다면 패버렸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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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을 노리는 브로커들의 주요 타깃은 재정이 풍족하지 못한 시민구단이었다. 실제 많은 선수들이 브로커들의 전화 또는 직접적인 접촉을 경험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시민구단 경남FC의 백전노장 골키퍼 김병지(41) 역시도 지난해 7월 직접 소문의 진상을 경험했다고 털어놨다.

김병지는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FM 98.1 MHz)’ 전화 대담에서 “이 일(승부조작)을 알게된 것은 지난해 7월이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서 후배들을 모아 혹시라도 유혹이 오게 되도 승부 조작에 가담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선수들에게 (브로커로부터) 전화가 왔다더라. 그러나 선수들이 단호하게 거절했다는 얘기들 들었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경남 수비수 김주영과 이용기가 브로커의 전화를 받았다고 밝힌 김병지는 “나와 관련된 얘기들도 있었다. 4억원 현금을 들고 와서 그냥 돌아갔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정말 (브로커가) 왔었다면 패버렸을 거다”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경남에서 브로커의 전화를 받았다는 김주영, 이용기는 모두 수비수다. 브로커의 공략대상이 수비수와 골키퍼임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김병지 역시 “실점과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는 포지션이 수비수와 골키퍼다. 한 번의 실수에 의해 실점하게 되면 그로 인해 승패가 결정되기 때문에 브로커들의 타깃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기를 직접 뛰는 선수 본인이라 할지라도 동료의 승부 조작 가담 여부를 알아내기란 힘들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는 “(골 상황은) 순간적인 상황에서 일어나는데다 선수 컨디션에 따라 경기력의 차이가 있어 고의성을 판단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선수들이 승부 조작을 죄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김병지는 “선수들이 승부 조작에 관계된 일들을 잘못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입히고 죄가 된다는 인식은 하지 못한다”면서 “남을 폭행하는 것만이 죄인 줄 안다. 이 같은 일이 남을 해하는 일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며 프로축구연맹이 각 구단 선수들을 대상으로 시행해 온 관련 교육이 실효성이 없었다는 점을 밝혔다.

김병지는 또 “3년전 아마추어에서 승부 조작 사실이 드러난 이후 K리그에도 (승부조작 관련) 흉흉한 소문이 돌았었다”면서 “저액 연봉을 받고 있는 선수들에게 (브로커들이) 고액의 돈을 쥐어준다는, 승부 조작과 관계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K리그의 승부 조작 가능성은 이미 3년전부터 공공연하게 있어 온 얘기라고 전했다.

2008년11월 K3(현 챌린저스 리그)와 내셔널리그 선수들이 무더기로 승부 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들어났으나 당시 수사가 K리그로 확대되지는 않았다.

<노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