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리고 희망 - 2011 대한민국 리포트>어르신께 휴대전화 사용법 1대1 강의… “세대공감 通했죠”

지난 5월30일 서울 중랑구 면목2동 중랑노인종합복지관 2층 강의실. 20여명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대학교 졸업식장에서 볼 수 있는 사각모와 가운을 입은 채 사진찍기에 바빴다. 이날은 SK텔레콤 대학생 자원봉사단 써니(Sunny)가 진행하는 ‘세대 공감!! 행복한 모바일 세상!!’의 마지막 강의와 수료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강의실에 모인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10주 전부터 매주 한 번씩 중랑노인종합복지관에서 휴대전화 사용법을 배웠다.

써니가 진행하는 휴대전화 사용법 강의의 특징은 어르신과 대학생 자원봉사단이 1대1로 짝을 맺어 맞춤식 교육을 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이용되는 강사 한 명이 칠판 앞에 서서 강의하는 식으로는 어르신들이 강의 내용을 따라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날은 마지막 강의였기 때문에 그동안 배운 것을 총복습하는 시험 시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써니가 진행하는 휴대전화 사용법 강의의 모든 시험은 게임 형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여느 시험과는 분위기가 상당히 달랐다. 먼저 리더인 권미리(여·21·서울여대) 학생이 컴퓨터와 프로젝터를 통해 칠판에 문제를 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타고 왔나요

내 맘을 흔들흔들 흔들리게 해놓고

알고도 모른 척 한다면

너무나 □□□ □□

□□ □□ 튕기지 말고 내게 다가 □□

네 맘에 들었다면 날

한 번쯤 안아봐도 괜찮아’ -장윤정의 ‘올래’ 중에서

빈칸에 들어갈 가사를 가장 먼저 문자 메시지로 리더인 권미리 학생에게 보내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1위를 차지하는 식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노래를 모를 경우에는 갖고 있는 휴대전화를 이용해 인터넷으로 가사를 찾아야 한다. 물론 할아버지, 할머니들 옆에 바짝 붙어있는 써니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어르신들의 인터넷 검색을 친절하게 도와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로 두 번째 강의를 듣는다는 최미선(68) 할머니는 “이제는 문자 보내고 사진찍는 건 내가 선수”라며 “손자, 손녀들에게 문자와 사진을 보낼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최 할머니는 강의에서 배운 휴대전화 사용법을 활용, 셀카도 찍고 바탕 화면도 계절과 기분에 맞게 바꾼다. 5월30일 최 할머니의 휴대전화 바탕 화면에는 예쁜 그림과 함께 ‘건강이 짱이요!’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내년이면 팔순인 이승기(79) 할아버지는 “일반 휴대전화는 쉬운데 스마트폰은 사용하기가 어려워 강의에 나왔다”며 “1대1 강의를 해주기 때문에 효과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 할아버지는 써니의 강의를 듣고 난 뒤 전화걸기/받기, 문자메시지 보내기/받기뿐만 아니라 알람 등 고급 기능까지 스마트폰의 기능을 대부분 마스터했다.

실제로 이날 졸업식에 앞서 진행된 문자메시지 빨리 보내기 대회에서 이 할아버지는 여러 차례 1등을 거머쥐기도 했다. 이 할아버지는 “써니의 강의를 들으며 손자, 손녀뻘 되는 대학생들과 어울리니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써니가 진행하는 휴대전화 강의는 세대간 공감대를 넓히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날 강의실에서 만난 배금복(70) 할머니는 “휴대전화 사용법을 익히는 것도 즐겁지만 손자, 손녀뻘 되는 대학생들과 게임도 하면서 유쾌한 시간을 보내는 게 생활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써니 부리더로 활동하고 있는 이현정(여·21·숭의여대) 학생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휴대전화 사용법을 알려드리는 과정에서 어르신들과의 공감대가 훨씬 넓어졌다”며 “봉사라고는 하지만 오히려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서 배우는 게 많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지난 2007년부터 4년 동안 행복한 모바일 세상 프로그램을 이수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에는 서울 중구 을지로 SK텔레콤 본사에서 ‘제1회 이음 페스티벌’을 개최하기도 했다. 전국에서 휴대전화 교육을 받은 어르신 중에서 성적이 우수한 분과 교육을 담당한 써니 봉사자 40여명이 참가해 문자, 포토메일, 카메라 등 휴대전화 활용 방법에 대한 문제를 빨리 푸는 경진대회를 개최한 것이다.

김지원 SK텔레콤 매니저는 “최근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러한 기술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사회로부터 소외감을 느끼고 소통 부재로 세대간에 괴리감을 느끼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바로 이런 점 때문에 행복한 모바일 세상 프로그램이 어르신과 써니 봉사자 양측으로부터 모두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조해동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