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반값 등록금’에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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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우 / 고려대 정경대 교수 경제학

최근 정치권 등에서 제기된 무상복지, 반값등록금, 감세철회 등의 논쟁으로 ‘작은 정부’ 기조가 다소 약화되는 모습이어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내년 총선과 대선이 다가오면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여야 모두 복지 확대 방안을 경쟁적으로 선거공약으로 제시할 것으로 예상돼 ‘작은 정부’ 기조의 약화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재정 건전성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각종 재정위험을 감안할 경우 지금부터 허리띠를 졸라매는 재정 건전성 복원을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최근 한국경제는 급격한 고령화와 저출산 등으로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으며,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세 지속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둔해지고 있다.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으로 은퇴 인구의 증가에 따른 의료비와 사회복지비 지출이 가중될 것이다. 소득 양극화가 심해짐에 따라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재정 지출의 증가는 불가피한 실정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남북 통일에 대비하는 통일 비용 또한 재정의 몫으로 귀착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주요 선진국도 금융위기 이후, 과도한 복지 확충 등으로 만성화한 재정적자를 극복하기 위해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중이다. 영국은 실업수당 축소 등 복지예산 감축을 계획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정년연장 등을 중심으로 한 연금개혁을, 독일은 육아수당·장기실업수당의 축소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영국·독일은 담배세 인상, 금융기관 위험자산에 대한 은행부과금 도입 등 세원 확보 노력을 배가하는 등 재정적자 극복을 위한 강력한 구조개혁을 추진중이다. 최근 남유럽 국가 등의 재정 악화도 방만한 복지 지출의 증가와 경기 회복기의 누적된 부채삭감 실패가 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와 같이 일방적인 정치권의 문제 제기보다는 책임있고 균형잡힌 공론화 과정을 통한 깊이 있는 논의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여당발 ‘반값 등록금’ 이슈 또한 다양한 견해를 수렴해 교육 백년대계의 초석을 놓는다는 자세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교육에 대한 투자는 선진국 진입을 위해, 후손에게 복된 조국을 상속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공공재적인 성격이 강한 초·중등교육까지 그 재원을 전액 정부가 뒷받침해주지 못해 무상급식이니 선별적 급식이니 하면서 논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 한국의 교육 현실이다. 대학교육은 초·중등 교육에 비해 공익적 가치보다는 개인 인적 투자의 요소가 상대적으로 크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학교육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차순위에 속할 수밖에 없다.

재정 여력이 크게 제약받고 있는 상황에서 한 해에 수 조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반값 등록금보다는 차선책으로 정원외 기여입학제를 여야가 합의해 입법화함으로써 민간부문에 의한 대학 재정의 자립화를 추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비교우위에 있는 정책 대안이 아닐까 한다. 수도권 일부 사립대에만 편중될 수 있는 기여입학제도의 단점은 기여금 일부를 공동기금화하는 등의 다양한 제도로 해소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경쟁적인 재정 포퓰리즘 확산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당면한 경제·재정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현재와 같은 일방적인 정치권의 문제 제기보다는 책임있고 균형잡힌 공론화 과정을 통해 무분별한 복지 확대 주장을 방지해 나가야 한다. 해외 사례 등을 교훈 삼아 건전한 재정의 복원 및 이를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형성에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국가경제의 마지막 보루로서 재정의 건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