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시스템 총체적 난맥>정체성 잃은 與·약속 깨는 野…‘아마추어 정치’ 판친다

여야의 도를 넘은 아마추어적인 포퓰리즘이 국정 난맥을 넘어 국정시스템 작동 부실로 이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정부와 협상도 완료되지 않은 설익은 등록금 인하 대책을 발표해 반발을 사는 등 ‘아마추어 같은’ 행동을 거듭하고 있다. 민주당도 한나라당과 KBS 수신료 처리 합의를 해놓고도 강경파의 반대로 약속을 번복하는 등 신뢰 없는 행동으로 국정시스템 작동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여당인지, 야당인지 구분이 안 되는 한나라당 = 한나라당은 최근 소득세와 법인세의 최고 구간 감세 철회를 사실상 당론으로 정했다. 여기에다 아동무상교육, 보금자리 주택 철회, 전·월세 상한제 도입,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이명박 정부의 중요한 정책을 흔들고 있다. 이 같은 한나라당의 모습은 23일 대학 등록금 인하 방안을 발표하면서 극에 달했다. 정부와 합의도 하지 않은 설익은 정책을 마치 다 결정된 것처럼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날 밤 긴급 당·정·청 회의를 소집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물론 이날 당·정·청 회의도 사전 조율이 되지 않았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3년간 7조원을 투입한다는 재원 확보에는 난색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정부가 계속 재정을 문제 삼아 등록금 인하 방침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야당의 힘을 빌려 밀어붙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5월초 황우여 원내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 같은 달 20일 당·정·청 조찬 모임을 시작으로 6번의 공식, 비공식 당정협의를 했지만 제대로 된 조율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 합의 수시로 뒤집는 민주당 = 민주당도 지도부가 한 여야 합의를 수시로 뒤집는 등 국정시스템 작동 부실에 한몫 거들고 있다. 복지 포퓰리즘을 쏟아내 당내에서조차 회의적인 반응이 일고 있다. 민주당은 KBS 수신료 인상안을 처리하기로 한 한나라당과의 합의를 23일 파기했다. 한나라당 이명규·민주당 노영민 원내수석부대표가 수신료 인상안을 오는 2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전체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지 하루 만이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5월 초에도 민주당은 여야가 합의 처리하기로 가닥을 잡았던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에 대해서도 합의를 파기했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중요한 약속까지 뒤집는 그런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신선종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