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양용은 “110억 상금, 골프는 내겐 ‘로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골프선수가 되고 싶다”는 양용은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마중 나온 환영객 앞에서 결연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인천 = 김연수기자 nyskim@munhwa.com

‘바람의 아들’ 양용은(39·KB금융그룹)이 한국에 돌아왔다. 1일 개막한 남자프로골프 한·일대항전인 ‘KB금융 밀리언야드컵’ 한국대표로 출전하기 위해서다. 지난 4월 발렌타인챔피언십 출전 이후 꼭 두 달 만이다. 그런데 두 달 사이 그의 위상이 달라졌다. 그는 올시즌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에서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대회기간 내내 선두권을 위협하며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공동 3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6월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양용은을 만났다. 비행기가 예정보다 1시간 이상 늦게 도착했지만 특유의 미소를 잃지 않았다. 다음날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에서 한 외국계은행에서 초청한 아마추어를 대상으로 한 레슨(아웃팅)행사가 있는 탓에 그의 숙소는 공항 인근의 하얏트호텔이었다. 공항에 도착한 지 딱 세 시간이 지나 영종도 신시가지의 한 조그만 횟집에서 그와 술잔을 기울이면서 새벽녘까지 긴 얘기를 나눴다.

양용은. 그는 인생에서 세 가지 잘한 것은 “골프와 결혼, 그리고 메이저 대회 우승이다”고 말했다. 연습장에서 공만 줍던 양용은이 지금도 “내가 어떻게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36·미국)를 이기고 메이저챔피언이 될 수 있었을까”라며 스스로 반문하곤 한다. 그래서 그는 “지금 생활이 너무 행복하다”고 한다.

먼저 ‘US오픈 얘기’부터 듣고 싶었다. 양용은은 이번 US오픈에서 3, 4라운드에서 챔피언조로 가다가 막판에 무너져 공동 3위를 했다. 그가 기록한 4라운드 합계 6언더파(278타) 스코어는 역대 대회에서 한국선수 중 가장 빛나는 성적이다. 더욱이 ‘러프와의 전쟁’이라 불리는 US오픈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로리 매킬로이(22·북아일랜드)만 없었다면 그 정도 스코어면 우승도 가능했을 텐데, 운이 없었던 건가요.

“대회를 앞두고 ‘파’만 잡자고 다짐했죠. 하루에 한, 두 타만 줄여 5~8언더파면 우승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변수가 생겼죠. 대회기간 내내 비가 와 그린이 물러졌고 러프도 생각보다 길지 않아 선수들의 성적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죠. 3일째부터 챔피언조로 매킬로이와 한조가 됐을 때 ‘잘하면 또 일을 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으로 조심스레 경기했죠. 2라운드까지 6타나 뒤지고 있었지만 ‘매킬로이 경기는 신경 쓰지 말자, 내 경기만 충실히 하자’고 마음을 다잡고, 1언더파(70타)를 쳤습니다. 매킬로이 자신도 지난 4월 마스터스 때 역전패당한 악몽을 재현하지 않으려는 듯, 클럽을 고를 때도 신중했죠. 그리고 운도 따랐고… 4라운드 시작 때에는 8타나 앞선 매킬로이였지만 얼굴에는 긴장의 빛이 역력하더라고요. 물론 내가 그와 타수 격차를 좁히지 못하자 매킬로이는 자신감을 찾았는지, 아주 공격적이었습니다. 후반 첫홀인 10번홀에서 버디를 잡으면서 ‘2위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자 이젠 내 스윙이 안되더라고요. 막판에 보기를 3개나 범한 것도 아마 ‘2위 욕심’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후회는 없습니다.”

양용은은 공을 줍는 연습생 시절 골프연습장에서 TV를 통해 US오픈을 처음 봤다. 당시 페인 스튜어트(미국·1999년 비행기 사고로 사망)나 세베 바예스테로스(스페인·2011년 암으로 사망)를 보면서 저 대회를 나가고 경기하는 선수는 별천지의 선수들이라고 생각하면서 한없이 부러웠던 시절이 있었다. 이젠 그 무대의 주인공이 됐으니 그만하면 성공한 셈이다.

양용은에게 매킬로이가 과연 우즈에 대적할 ‘깜’이 되는지 물었다. 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매킬로이는 공은 잘 치는 선수임에 틀림없습니다. 거리도 나보다 20야드 이상 더 길게 쳤고, 스윙 리듬도 부러울 정도였죠. 하지만 아직 어려서인지 ‘카리스마’를 느끼지는 못할 만큼 순해 보였습니다. 선수가 성격 좋다는 말은 투어에서 그가 아직 슈퍼스타가 아니라는 얘기와 같죠. 예전의 우즈가 잘나갈 때, 5, 6승 할 때의 기록에 비하면 아직 (매킬로이는) 멀었다고 봐야 하죠.” 우즈가 1996년부터 2009년 스캔들이 나기 전까지 PGA투어에서만 71승을 올렸는데, 매킬로이가 이 기간 동안 우즈의 업적을 따라 잡기는 힘들 것 같다는 게 그의 생각인 듯했다.

―이번 US오픈 선전으로 ‘메이저 사냥꾼’으로서 위상을 재확인했는데 유독 메이저 대회에 강한 이유라도 있는가요.

“골프는 멘탈게임입니다. 메이저 대회 출전 선수 150명은 모두 우승할 수 있는 선수들이라 볼 수 있죠. 이 가운데 멘탈이 누가 좋고, 컨디션이 최고인 선수에게 영광이 돌아갑니다. 또한 큰 대회일수록 경험이 중요합니다. 저의 경우도 2009년 PGA챔피언십 우승이 큰 자신감이 됐다고 할 수 있죠. 그러나 기본은 어떤 대회든 마찬가지이지만 제일 큰 문제는 부담을 떨쳐내는 겁니다. 한 타, 한 타 잘 쳐야 하는 투어에서 잠시라도 방심하면 보기는 물론, 더블보기가 쉽게 나올 수 있는 곳이 메이저 대회입니다. 그만큼 코스를 어렵게 만들죠. 또 내가 무슨 샷을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게 72홀을 마칠 때도 있죠. 이번 경우도 리듬을 잘 탄 경우라 하겠죠.”

얘기를 돌려 다시 우즈 얘기를 꺼냈다. 2009년 PGA챔피언십에서 우즈를 꺾고 우승해 전 세계 골프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이기고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며 양용은의 우승을 스포츠 역사상 최대의 이변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그도 그럴것이 우즈는 총 14차례 메이저 대회에서 마지막 날 선두로 시작해 한 번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인터뷰 때는 ‘지더라도 잃을 게 없으니 마음껏 내 샷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했지만 사실 그때는 내 경기 하기 바빠서 우즈의 얼굴 한번 제대로 볼 시간이 없었죠.” 괜히 우즈만 바라보다가 주눅도 들 것 같고, 내 샷도 망가질 것 같아 의도적으로 우즈를 외면했다고 털어놨다. 결과지만 우즈를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스윙에만 전념한 게 평정심을 잃지 않게 된 일등공신이라고 말했다.

천하의 우즈를 꺾었던 양용은에게도 사실 ‘프로 초짜’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상대가 누구든 크게 신경을 안 쓰는 편인데 프로 되고 처음 챔피언조에 나선 것은 1999년 SBS최강전 때였습니다. 당시 박남신 프로와 맞붙었는데 몇 홀 가는 동안 티를 꽂는데 손이 떨릴 정도로 쫄았죠. 2타 앞서 출발했는데 결국 역전패당했습니다. 그날 생각한 게 ‘내가 골프를 잘 치는 것보다 멘탈을 더 갖추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거 였죠. ‘못해도 좋고, 져도 좋은데 떨지는 말자’며 우선 정신력에서 이기는 법을 배우자고 다짐했습니다. 지금도 긴장할 때가 있지만 톱10에 들거나 선두에 1, 2타 차일 때는 내 경기에 몰두하려 합니다. 그러나 사람이기 때문에 부담감을 갖거나 욕심을 내면 스스로 긴장을 할 수밖에 없고 골프가 망가지게 됩니다. 일본투어에서도 6타 뒤졌다가 역전승한 적 있는데 이때는 ‘밑질 게 없다’는 생각을 갖고 또박 또박 내 경기를 한 케이스죠. 전반에 4타를 줄여 2타로 따라붙어 역전승할 수 있었죠.” 이것이 계기가 됐는지 양용은의 골프를 지켜보면 늘 자신감에 넘쳐 있다. 어떤 때는 무모하리만큼 공격적인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우즈를 꺾고 나니 사람들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한다.‘지구상에서 우즈와 골프를 쳐 이긴 몇 안 되는 선수’가 되자 먼저 선수들이 아는 척했다는 것. “어니 엘스(남아공),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와 같은 유명 선수들이 나를 보면 먼저 인사말을 건네는 게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었죠. 이번 US오픈에서도 연습그린에서 특히 미국 선수들이 ‘잘해 보라’며 격려도 해주었고 마주치면 자연스레 인사를 주고받는 편입니다.” 최근 우즈가 불미스런 스캔들과 부상으로 투어에서 자주 빠진 데 대해 “PGA투어에서 우즈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입니다. 우즈 덕에 대회와 상금이 크게 늘어 상금만 연간 3억달러 이상으로 늘어났죠. 선수로서 우즈가 투어에 복귀해 그와 다시 맞대결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4대 메이저 대회에 3년 동안 출전해 왔는데 또 다른 메이저 우승컵을 안는다면 어떤 대회가 유력할까요.

“아마 마스터스일 겁니다. 2007년 마스터스대회 때 오거스타내셔널을 돌고 나서 ‘한국 선수들이 언젠가는 우승할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경주형(최경주 프로)도 선전하고 있죠. 오거스타는 그린만 빠르지 러프가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산악지형 골프장과 거의 흡사해 경주형도 잘 치고 저도 이곳에서는 편하게 경기를 하는 편입니다. 사실 US오픈, PGA챔피언십, 브리티시오픈은 ‘풀과의 전쟁’이라면 마스터스는 ‘스윙과의 전쟁’입니다. 같은 메이저라도 확연한 차이가 나는 편이죠. 러프에 들어가 고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요행보다는 가장 좋은 스윙을 하는 선수가 우승하는 겁니다. 그래서 마스터스가 선수들에겐 최고의 선망이 되는 것입니다.”

선수에게 다른 선수에 대한 평을 해달라는 게 조심스러웠지만 최경주 프로 얘기를 꺼냈다.

―사실 최 프로는 한국과 미국투어에서 먼저 성공한 케이스인데 그 뒤를 걷고 있는 후배로서 그를 어떤 선수로 보고 있나요.

“경주형은 나의 ‘롤모델’이자 내가 극복해야 할 ‘라이벌’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경주형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처음엔 미국에서 성공한 경주형이 한없이 부러웠는데 곰곰 생각해 보니 ‘경주형도 했는데 나라고 못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는 오기가 생겼죠. 일본에서 상금 랭킹 3위를 했는데 ‘미국에서 100위 안에 못 들겠어’라는 막연한 자신감도 생겼죠. 사실 경주형은 나랑 너무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어렵게 골프를 시작한 것부터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갔고… 때문에 경주형이 외국 선수들보다는 내겐 롤모델이 될 수밖에 없죠. 이젠 제일 가깝고 제일 쉬운 라이벌이죠.” 그는 대회장이나 사석에서는 최 프로와 그야말로 형 동생처럼 지낸다. 그러면서도 최 프로와 다른 점도 많다고 말을 이어갔다.

“경주형이랑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주형은 신앙생활을 통해 남을 위한 기부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때론 부럽기도 하지만 저는 좀 더 다른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골프를 배우는 후배를 위한 일을 찾아 그들에게 이런 내 마음을 나눠 주려고 합니다.”

―골프선수가 된 지 15년이 넘었는데 자신에게 골프란 무엇입니까.

“골프요? 내 인생의 모든 것이죠. 골프를 알게 됨으로써 얻은 게 너무 많습니다. 골프가 귀중한 직업이 됐고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가져다 줬기 때문에 너무 좋죠. 나이 40에 지금까지 번 상금만 1000만달러(약 110억원)는 족히 되는데 내 나이에 이 같은 거금을 벌 수 있게 한 ‘로또’와도 같죠. 아마 다시 태어나도 골프선수가 될 겁니다.”

그러면서 그는 만일 골프를 안 했다면 아마 농사꾼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제주 출신이지만 수영을 잘 못해 고기잡이 배는 절대 안 탔을 겁니다. 생활력이 강해서 뭐든지 해도 잘 살고 있을 겁니다. 한번 파면 깊이 파는 스타일인데 미국에서도 투어가 없을 때면 집 근처 마트에 가서 각종 공구를 사서 생활가구나, 집 단장을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수영장도 만들고 햇볕을 가리는 차양막과 벽도 직접 만들었죠. 선글라스도 제가 직접 그라인더로 렌즈를 갈아서 편하게 만들어 쓸 정도입니다. 이런 게 재미있습니다.” 그는 자신을 의외로 섬세한 남자라고 했다. 그는 대회 중에는 절대 술을 먹지 않지만 대회가 없을 때면 집에서 소주를 마시기도 한다. 가끔 한국에 오면 친구들과 오랜만에 회포를 푸는 경우도 있다. 소주 3병까지는 멀쩡하고 기분에 따라 5병도 마실 만큼 주량이 센 편이다. 아버지와 형제들 모두가 술을 잘 마시는 집안 내력 탓이다.

―투어를 3주간 포기하며 한·일전 출전을 강행했는데요. ‘국가대표’에 대한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사실 상금을 따먹는 투어프로로선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하지만 골프를 하면서 국내 골프계 지인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죠. 힘 있을 때 돕고 싶고 지금 잘하고 있을 때 돕고 싶어서 이렇게 온 겁니다. 그리고 한번쯤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습니다. 2016년 올림픽 때 골프가 정식종목이 된 만큼 금메달을 따고 싶죠. 물론 선수로 참가하고 싶지만 여의치 않으면 코치나 감독으로라도 기회를 주면 ‘태극마크’를 달고 싶습니다. 투어를 뛰고는 있지만 최고의 경쟁자리인 올림픽만큼은 꼭 가 보고 싶습니다.”

―선수로서 세운 ‘마스터 플랜’은 어떤 겁니까.

“(우승) 숫자는 생각 안 해 봤는데 가급적 많이 하고 싶습니다. 우리 나이로 마흔이 됐지만 만약에 선수생활을 계속한다면 10년 후에도 미국에서 최고의 무대인 챔피언스투어(시니어투어)를 통해 현역으로 오랫동안 남고 싶습니다. 그런 다음, 은퇴 후에는 한국에서 저와 같이 어려운 환경에서 골프를 배웠거나 큰 무대에서 뛸 후배들을 돕고 싶습니다. 그래서 내 이름을 딴 ‘YE스포츠’를 만들었죠. 회사의 모토가 ‘드림 인 퓨처(Dream in Future)’인데 미래를 위해, 선수로서 골프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매니지먼트를 하는 회사로 키워 갈 작정입니다. 이 회사는 돈 벌고 생활비 벌기 위해 만든 게 아니라 양용은을 잘 활용하고, 유지할 수 있게 해 한국 골프계에 다시 뿌릴 수 있는 밑거름이 될 회사로 꾸려 가고 싶습니다.”

미국 생활 4년째인 그는 투어에서 일단 목표 이상으로 잘나가는 편이라고 했다. 시즌 초반 닛산오픈 준우승으로 상승세를 탈 여력이 있었지만 그런 다음 중국 원정에 나갔는데 첫날 4언더파를 치고 둘째날 첫홀에서 이글을 뽑아내자 긴장감이 뚝 떨어져 이후 매홀 타수를 잃어 컷 탈락했다. 그리고 곧바로 한국에서 열린 발렌타인챔피언십에서 경기를 했는데 코스도 좁은 데다, 그린이 너무 경기감을 살리지 못했다. 회복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다.

그는 2008년 PGA 퀄리파잉(Q)스쿨을 거쳐 본격적으로 미국에 진출했다. 다행히 일본에서 번 상금과 유러피언투어 HSBC오픈에서 번 우승상금이 있어 비교적 여유를 갖고 투어를 시작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일상에서 먹고, 물건 사고, 다니는 데는 큰 불편함 없이 가벼운 생활영어를 구사할 줄도 안다. 그러나 대회 때에는 매니저를 대동하고 다니다 보니까 영어가 잘 늘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그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원하는 만큼 해주지는 못하지만 가급적 잘해 주고 싶은 마음뿐이죠. US오픈 같은 큰 대회 때는 가족들과 함께 있는데 큰 힘이 되기도 합니다. 미국 생활에 자신보다 더 잘 적응하는 아이들과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도 많이 듭니다.” 그는 자신이 골프를 하고 나서 진짜 골프선수가 됐듯이 아이들에게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이라면 두말 않고 시킬 작정이다.

그는 어렵고 좌절을 겪을 때마다 곁을 지켜준 두 사람을 늘 고맙게 생각한다. 아무것도 없을 때 골프를 같이 시작한 동갑내기 친구 박경구 프로와 친누나로 남들에게 말 못할 고민도 털어놓는다.

“운동선수는 성적으로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골프팬들의 관심 덕에 목표도 더 크게 잡아 미국도 가고, 메이저 대회도 우승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습니다”라며 자신을 지켜봐준 팬들에게 공을 돌렸다.

양용은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네버 엔딩 스토리’(이승철)다. 언젠가는 두 번째, 세 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안기 위한 그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그가 또 다른 우승컵을 들고 금의환향할 날을 기다리며 그와 마지막 술잔을 내려놓았다.

인터뷰 = 최명식 차장(체육부)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