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 랭킹·방송 출연은 상납액 순위?

성인가요를 부르는 신인가수 A씨는 자신의 노래가 가요순위 10위 안에 들게 해달라며 인터넷 가요순위 사이트 운영자에게 3600만원을 건넸다. 가수 B씨는 6개월간 3000만원을 케이블방송국 PD에게 건넨 뒤 방송출연 기회를 따냈지만 돈을 안주니 곧바로 방송이 뚝 끊겼다. 연예인 지망생 대학생 C씨는 학자금 대출을 받아 학비대신 연예기획사에 상납했다. 연예인이 되기는 커녕 C씨는 이자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연예인 지망생·신인 연예인들과 방송 관계자들 사이의 검은 돈거래 실상이 경찰조사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21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3월 16일부터 7월 15일까지 4개월간 연예인 관련 불법행위 단속에 나서 총 14건의 범죄를 적발하고 140명을 검거했다.

이번 단속에서는 방송 출연을 미끼로 관행처럼 엮인 ‘갑’과 ‘을’의 관계 뿐만 아니라 가요순위나 방송출연 기회마저도 ‘돈’에 의해 결정됐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지상파·케이블TV 등 방송사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누구나 연예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고 있지만, 연예계 이면에서는 스타를 꿈꾸는 이들을 미끼로 돈을 뜯어내는 ‘검은손’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인천지방경찰청은 가요순위 검색 인터넷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순위를 조작해주는 대가로 신인들로부터 돈을 받고 PD에게 방송 청탁을 한 브로커와 그 돈을 받아 챙긴 PD등 총 29명을 검거했다.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 장모씨(60)는 올해 초 순위 조작을 미끼로 신인가수 김모씨에게 3850만원을 받는 등 총 7명에게 4억1000만원을 받았다 덜미를 잡혔다.

경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연예기획사를 차려놓고 119명의 연예인 지망생들에게 총 17억원 상당의 금품을 뜯어낸 혐의로 기획사 대표 박모씨(31)를 지난 6월 검거했다. 사기 등 전과 4범인 박씨는 인터넷 캐스팅 사이트에 올라온 연예인 지망생들에게 접근해 데뷔를 명목으로 돈을 요구했다. 박씨는 총 67명에게서 10억2000만원을 받아냈다. 특히 박씨는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연이율 40%대의 시중 학자금 대출까지 받도록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도 연예인 지망생에게 방송 출연을 약속하며 1억7000만원 상당의 금품과 함께 유흥업소에서 4500만원 상당의 향응을 받은 케이블방송국 PD와 연예기획사 대표 등 총 8명을 적발했다.

박미영기자 my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