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지영준 못뛴다…‘젊은 남매’ 정진혁·김성은에 ‘희망’

일견 답답한 형국이다.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마라톤을 이끌어 주리라 기대를 모았던 지영준(30·코오롱)이 부상 때문에 출전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한국 마라톤은 이봉주의 은퇴 후 가뜩이나 약해졌다는 평을 들었던 터다. 남자부나 여자부 모두 눈에 띄는 선수가 없다는 말이 나온다. 고 손기정옹의 1936 베를린올림픽 제패 이후 황영조(1992 바르셀로나올림픽 금)-이봉주(1996 애틀랜타올림픽 은)로 이어지며 쌓아올린 ‘마라톤 강국’의 이미지가 허물어질 위기를 맞고 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약관’에 불과한 남자부의 정진혁(21·건국대·사진)과 여자부의 김성은(22·삼성전자)이라는 ‘숨은 진주’가 있어서다.

◆‘깜짝 스타’ 정진혁 = 남자 마라톤의 ‘에이스’ 지영준의 낙마 후에도 “어쩌면…” 하고 기대를 해 볼 수 있는 것은 정진혁이 있기 때문이다. 정진혁은 올해 갑자기 뜬 ‘신성’이다. 고교 때까지 중장거리 선수였고, 건국대에 입학해서도 1학년 때는 10㎞ 단축마라톤과 하프마라톤만 뛰었다. 2학년이던 지난해 처음 뛴 마라톤 대회(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15분1초의 준수한 기록을 내더니 올해 열린 2011 서울국제마라톤에서 덜컥 2등을 했다. 기록도 2시간9분28초로 2시간10분의 벽도 허물었다. 많은 육상 전문가들이 이번 대회에서 정진혁을 ‘다크호스’로 꼽는다. 정만화 남자 마라톤 코치는 “경기 당일 날씨가 습하고 더우면 아프리카 선수들도 초반부터 속도를 낼 수는 없다”며 “정진혁이 25㎞에서 30㎞까지만 비슷하게 따라가면 이후에 승부를 내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진혁은 최근 훈련 도중 엉덩이 근육이 살짝 뭉쳤다. 다행히 지금은 나아진 상태다.

◆‘여자 황영조’ 김성은 = 인접국 일본이나 중국이 여자 마라톤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한국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권은주 이후 국제적 수준의 선수가 아예 자취를 감췄다.

이런 상황에서 김성은은 가뭄에 ‘단비’처럼 등장했다. 첫 풀코스 마라톤 레이스였던 2009년 중앙서울마라톤에서 2시간37분30초를 찍더니 이듬해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29분대에 진입했다. 스피드와 지구력을 고루 갖춰 마라톤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자 황영조’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러나 갑자기 찾아온 골반 부상으로 약 1년을 쉬어야 했다. 현재는 거의 회복한 상태다.

유재성 여자 마라톤 코치는 “현재는 부상에서 회복해 컨디션이 90% 정도 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화종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