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외국어 한글 표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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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논설위원

신문사 교열기자들 사이에 전해오는 말이 있다. ‘강아지도 어법에 맞게 짖어야 한다!’ 똑같은 개 짖는 소리라도 사람에 따라 달리 들릴 수 있기 때문에 표준 어문법에 맞게 통일하라는 뜻이다. 한국에서는 강아지가 ‘멍멍’ 하고 짖는다지만, 일본과 중국에서는 왕왕, 미국에서는 바우와우 하고 짖는다. 나라마다 표현이 다르다. 이는 다른 나라 말을 우리말로 적는 외래어(外來語) 표기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예화이기도 하다.

외래어, 특히 중국어의 한글 표기 방식을 둘러싼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식 한자음으로 표기할 것이냐, 아니면 중국 현지음으로 표기할 것이냐 하는 문제다. 외래어 표기법의 기준은 명료하다. 인명의 경우 1911년의 신해혁명을 기준으로 그 전 시대의 과거인은 한자음으로 적고, 이후의 현대인은 중국어 표기법에 따라 현지음으로 적되 필요한 경우 한자를 병기하도록 돼 있다. 중국 지명도 마찬가지다. 현재 쓰이지 않는 역사 지명에 한해 기존 한자음으로 표기토록 규정했다. 이 표기법을 반대하는 측은 한자음 표기 하나로 통일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바꾸게 되면 그동안 정착돼 오던 중국어 표기에 커다란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의 언론 매체들은 최근 뉴스에서 이전까지 ‘호금도’라고 부르던 중국 국가주석의 이름을 한자음 대신 ‘후진타오’라는 현지음으로 호칭했다. 지금까지 북한에서는 중국어를 제외한 외래어를 현지음에 가깝게 표기해 왔다. 그런데 북한이 중국의 인명·지명 표기 방식을 한자음 아닌 현지음으로 바꿈으로써 우리 사회 일각의 중국어의 한자음 표기 주장은 설득력이 크게 떨어졌다. 외래어는 ‘우리말로 귀화한 외국어’인 만큼 표기 기준은 현지음에 가깝게 적는 것이 원칙이다. 그 원칙이 흔들려선 안된다.

이제는 중국어 한자음 표기 논란에서 벗어나, ‘외래어 표기법’이 아니라 ‘외국어 한글 표기법’으로 바꾸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외래어는 외국어가 생활 속에 오랫동안 쓰여 우리말로 굳어진 말이니 표기 논란이 있을 리 없다, 가방·고무·껌·빵처럼. 그러나 영어·프랑스어·독일어·스페인어처럼 세계 각국의 문자로 표기되는 외국어의 경우 신문이나 방송 등 뉴스를 다루는 매체에서는 외래어로 정착되기 전에 어떻게든 한글로 임시 표기해야 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러니 ‘외국어 한글 표기법’이 적절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