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디지털시대, 실종된 읽기·쓰기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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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현식/서울대 사범대 교수 국어교육학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2010년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이 1년에 1권 이상의 책을 읽는 독서율은 65.4%다. 10명 중 3.5명은 책을 한 권도 안 읽는다는 뜻으로, 2007년 이래 독서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성인의 하루 평균 독서시간은 31분(주말 32분)인데 TV 시청은 102분(137분), 인터넷·게임·휴대전화 시간은 104분(164분)이다. 사무직의 독서량은 늘고 비전문직의 독서량은 감소해 독서 양극화도 뚜렷하다.

독서가 갈수록 쇠퇴함은 디지털 사회의 바쁜 일상 때문이다. 디지털 사회로 변하면서 언어생활도 변해 우선 글자를 쓸 일이 없다. 자판을 두드리는 시대라 예쁜 한글 글씨를 잃어버린 지 오래다. 학생들의 글씨는 엉망인데 중국, 일본 유학생들은 한자 서체 교육의 전통이 있어 한글도 힘차게 더 잘 쓴다. 글씨가 엉망임은 머릿속에 문자가 영상 이미지로만 입력돼 있어 머리와 손이 따로 놀아 독서는 물론 작문도 어렵다는 뜻이다. 유치원과 초등교육에서 한글 서체 쓰기 교육을 회복해야 독서도 작문도 정상화된다.

단어는 손으로 써 보면서 맞춤법을 익혀야 하는데, 영상으로만 익히다 보니 막상 종이에 글을 쓰려고 해도 맞춤법부터 떠오르지 않는다. 맞춤법을 모르면 단어를 정확히 몰라 독서가 안 된다. 영어의 발음 표기 교육인 파닉스(phonics) 교육은 표기법이 어려운 영어 단어를 익혀 독서능력을 키우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이는 작문뿐 아니라 독서교육의 기초가 표기와 발음을 익히는 어휘 문법교육임을 뜻한다. 최근 고등학교에 ‘독서와 문법’이라는 통합 교과가 생긴 이유도 어휘 문법능력이 독서능력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어휘표기와 발음교육을 통한 문법교육을 토대로 독서교육이 이뤄져야 그 독서의 힘을 토대로 면접과 논술도 잘할 수 있다. 국어교육을 어려서부터 제대로 하지 않는 한 온갖 교육은 백약이 무효다.

인간은 읽을수록 깊이 생각하게 되고 깊이 생각할수록 더욱 수준 높은 책을 읽을 수 있다. 자식에게 재산 물려줄 생각 말고 부모부터 독서를 습관화하고 자녀가 본받게 독서 습관을 물려줘야 한다. 자녀들을 성공시키려면 영어교육에만 몰입하지 말고 먼저 모어(母語)교육부터 바르게 할 일이다. 영어를 잘하려면 모어부터 잘해야 한다는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인사 예절과 경청하기를 비롯한 국어 예절도 가르쳐야 한다. 학생들은 비교적 활발하게 떠들고는 있지만 경청할 줄도, 조리 있게 말할 줄도 모른다. 초등학교에서 낭독교육, 시와 시조 암송교육도 쇠퇴해 아이들의 말이 또렷하지 못하고 우물대며 거칠기만 하니 욕설이 반이다. 국어교육도 시문(詩文) 암송교육의 전통을 회복하고 고전 독서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중국은 시문 암송을 소학교 1·2학년 50편, 3·4학년 50편, 5·6학년 60편, 7 ~ 9학년 80편으로 총 240편을 외우도록 하고 120편은 작품까지 지정했다. 중학교를 마치면 240편을 술술 외운다.

반복 암송을 통해 되새김질하며 묵상하던 경전(經典)교육 시대가 쇠퇴하고, 교과서 시대가 100여년 지나 이제 인터넷 정보 시대로 바뀜에 따라 종이책들을 정보의 바다에 페트병처럼 던져 버리지만, 정보의 바다는 바닷물처럼 마셔도 갈증만 남고 가슴속에 성현의 가르침 하나 좌우명으로 남아 있지 못하다.

디지털 사회로 가면서 정신의 황폐가 극심하다. 이 가을에 인터넷 접속 시간을 줄이는 대신 종이책 독서 시간을 늘리고 자녀와 가족끼리 독서로 대화하는 시간을 갖기를 권해 본다. 독서 후 암송하고 곱씹으며 묵상의 시간을 갖고 묵상의 결과를 나누며 가족 대화도 회복하자. 그것이 내 자아를 살리고 자녀를 살리며 독서강국으로 애국하는 길이다. 묵상의 실천 없는 독서는 미완성의 독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