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안 쓴맛’ 설탕업계, 고사위기

정부가 7일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뒤 설탕업계가 ‘위기감’에 휩싸이고 있다. 정부가 개편안대로 설탕 기본관세를 대폭 낮추면 국내 산업기반 붕괴와 수급 불안을 초래, 되레 가격 폭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8일 정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휘발유와 커피, 대두유, 밀가루 등 40개 생필품의 기본관세를 1∼3%포인트씩 낮추기로 했다. 반면 설탕은 기존 35%에서 5%로 무려 30%포인트나 인하키로 했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세계 주요 국가가 설탕에 대해 높은 관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다. 유럽연합(EU) 85%, 미국 51%, 캐나다 113%(반덤핑 상계관세 적용치 포함), 일본은 70% 등의 관세를 설탕 수입 시 부과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0% 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제당업체에만 수입허가권을 내줘 사실상 수입금지 정책을 택하고 있다.

이들 국가가 설탕의 수입관세를 높게 유지하는 이유는 자국 내 제당산업을 보호하지 않으면 가격 급등락이 극심한 국제 설탕 무역에 무방비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3년 전면적인 생필품 관세 철폐 정책을 택한 베네수엘라의 경우 제당산업 붕괴로 설탕을 전량 수입했다가 국내 판매가격이 세배나 올랐다.

우리나라도 관세를 없앨 경우 중·장기적으로 베네수엘라와 같은 사태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진권(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바른시민사회 운영위원은 “설탕 관세를 낮추는 것은 중간재 산업인 설탕산업 기반을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관세를 없애 봐야 물가안정이라는 실익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설탕 값이 10% 올라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025%에 불과, 통신비의 200분의 1 수준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2년 전 정부가 설탕 관세 폐지를 반대했다가 이번에 추진하는 것이어서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관범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