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경기침체 차단은 수출이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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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연세대 상경대 교수 경제학

경제가 심상치 않다. 환율이 큰 폭으로 높아지고 있고 수출증가율이 감소하면서 8월 경상수지는 적자가 예상된다. 경제성장률도 당초 예상보다 크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며 물가상승률은 이미 목표선을 넘어서고 있다. 물가와 경기, 환율과 경상수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거시경제지표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는 것이다.

실물시장에서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에서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7개의 부실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되면서 금융회사들의 신뢰도가 낮아져 예금인출 사태가 우려된다. 가계부채에 공공 및 기업부채까지 합한 총 금융부채는 급격히 늘어나 3300조원을 넘어서고 있으며 금리가 오를 경우 신용경색으로 금융위기가 우려된다. 여기에 그리스 사태로 수출이 감소되면서 경상수지가 악화될 경우 외환 유출로 외환위기도 우려된다. 경제위기를 피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이고 신중한 대책이 필요하다.

먼저, 수출을 늘려야 한다. 수출이 늘어나 경상수지 흑자폭이 확대돼야 경기침체를 막을 수 있고 환율이 안정될 수 있다. 또한 국가신뢰도를 높여 자본유출을 막아 외환위기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이미 7월 이후 우리 수출증가율은 크게 둔화되면서 경상수지 악화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지금 수출을 총괄하는 지식경제부가 전력대란으로 장관의 거취가 논란이 되면서 혼란에 빠져 있어 올해 경상수지 흑자폭 150억달러를 유지하기는 쉽지가 않다.

다음으로,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는 추가적인 조치에 신중해야 한다. 이미 그동안 한국의 금융시장은 다양한 충격을 받았다.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신규 대출을 중단하는 조치가 있었으며 두 번에 걸쳐 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조치가 발표됐다. 원칙대로 하면 과도하게 늘어난 가계대출을 줄여야 하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5% 미만의 저축은행도 모두 퇴출시켜야 한다. 그러나 금융 당국은 그 시기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 국제 금융환경이 불안정한 지금 국내 금융시장에서 추가적인 충격이 주어질 경우 예금인출 사태가 발생하거나 신용 경색이 발생하면서 금융시장에서의 혼란이 외환시장에서의 위기를 촉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레임덕을 극복해야 한다. 현 정부의 임기가 1년반이나 남았는데 벌써 정권은 레임덕에 빠져 수립된 정책도 잘 시행되지 않고 있다. 이번 전력대란에서 보듯이 정부의 정책 방침이 공기업에 먹혀들지 않고 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도 위기의 가장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가 레임덕 때문이었다. 정부 조치를 기업이 따르지 않으면서 위기가 촉발됐던 것이다. 또다시 이러한 레임덕의 부작용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정부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국정을 이끌 필요가 있다.

우리의 대외 여건은 미국의 국가부채 문제에다 그리스 사태로 그 어느 때보다도 위험하게 변하고 있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퇴출되거나 혹은 유로존 자체가 붕괴되는 위기를 겪을 것이 예상되면서 세계경제는 혼란 속으로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경제 역시 실물과 금융시장 모두가 불안정하고 10월부터 선거가 연속적으로 이어지게 돼 있어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시기일수록 정부는 안일하게 위기가 오지 않는다고 국민을 안심시킬 게 아니라 대외 경제환경의 악화로 인한 경제위기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해 국민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그리고 올바른 정책 선택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지금은 수출을 담당하고 있는 지식경제부의 역할이 중요하고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금융위원회의 신중한 정책 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