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별초 지휘관, 장군급이 맡았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타임캡슐’ 속 유물‘ 마도 3호선’에서 인양된 ‘신윤화 시랑 댁에 올림’이란 뜻의 ‘辛允和侍郞宅上’이라 적힌 목간(왼쪽)과 타원형 조약돌에 포(包), 졸(卒)이 적힌 장기돌.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고려시대 몽골항쟁의 선봉에 섰던 삼별초의 지휘관(별초도령)이 지금까지 학계에 알려진 대로 하급 무관만이 아닌 장군급이 맡은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소장 성낙준)는 6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충남 태안군 마도해역 수중에서 발견된 13세기 선박 ‘마도 3호’선에서 인양된 목간(木簡)에 적힌 문장을 판독한 결과, 별초의 지휘관이 종래 7~8품 하급 무반(武班)이라고 알려졌지만 정4품 시랑(侍郞·장군과 같은 품계)도 맡는다는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연구소에 따르면 적재된 화물이 어디를 향했는지 묵서로 적은 목간에서 ‘우삼번별초도령시랑(右三番別抄都領侍郞)’이라는 문구가 확인됐다. 성 소장은 “이 목간을 통해 삼별초가 좌·우 각 3번(番)으로 나뉘어 있었다는 구체적 증거를 처음 확보한 것은 물론, 기존의 하급 무관으로 추정했던 별초도령은 4품 시랑도 맡는다는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며 “이는 당시 별초에 대한 사회·경제적 대우가 매우 높았음을 말해준다”고 밝혔다. 성 소장은 “마도 3호선 목간은 몽골 침략에 끝까지 저항한 삼별초의 실체를 정확하게 밝힐 수 있는 획기적인 사료(史料)”라고 평가했다.

연구소는 목간 32점을 비롯, 도기호(陶器壺) 28점을 포함해 곡물류, 사슴뿔, 장기 돌 등 총 287점에 이르는 유물을 인양했다고 밝혔다. 목간에 적힌 문장을 분석한 결과 마도 3호선이 1260~1268년 몽골항쟁 후기에 난파됐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마도 3호선은 길이 12m에 너비 8m, 깊이 2.5m가량이며, 현재까지 수중 발굴된 고려 선박 중에서는 보존상태가 가장 좋다고 연구소는 밝혔다. 목간에는 선박에 적재된 화물 수취인(받을 사람)으로 김영공(金令公)이 등장하는데, 이는 최씨 무인정권을 무너뜨리고 새롭게 권력을 잡은 무인집권기 최고권력자 김준(金俊)으로, 삼별초가 정권과 긴밀하게 밀착된 사실도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시랑 신윤화(辛允和)와 유승제(兪承制·정3품)가 수취인으로 등장한다.

고려시대 상어와 개고기 등을 포로 말려 식용했으며 송나라에서 들여온 장기가 선원들 사이에 널리 퍼진 사실도 발굴 유물을 통해 확인됐다.

마도 3호선에 실린 주요 화물 대나무 상자에는 생선뼈가 가득 들어 있었으며, 목간에서 상어를 뜻하는 ‘사어(沙魚)’라는 말이 확인됐고 말린 홍합, 생전복(생포·生鮑), 전복젓갈 등도 항아리에 담긴 채 발견됐다. 견포(犬脯)도 발견됐는데, 이는 개고기 포로 추정된다. 홍합 털(足絲)과 사슴뿔도 다량으로 나왔다. 조사단은 홍합 털과 사슴뿔은 지혈제 등과 같은 약재로 사용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함께 볍씨, 보리, 밤 등의 곡물류와 함께 직물 뭉치도 발굴됐다. 이번 발굴품 중에는 검은색 타원형 조약돌 앞면과 뒷면에 장군(將軍), 차(車), 포(包), 졸(卒) 등이 뚜렷이 적혀 있는 장기 돌 47점이 포함됐다.

성 소장은 “마도 3호선은 1264~1268년 고려의 지방지배, 삼별초 등 정치·군사·경제 실상과 함께 고려시대 먹거리, 장기 등 일상생활을 밝힐 수 있는 각종 자료를 담은 타임캡슐”이라며 “발굴 조사는 올해 10월 말까지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연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