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파격 노출 ‘약’ 될까 ‘독’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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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끈으로 가슴 아랫부분만 살짝 가린 파격적인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을 밟은 한 여배우에게 관심이 집중됐다. 낯선 얼굴의 그 배우 이름은 곧바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로 올라갔다.

박철수 감독과 김태식 감독이 불륜에 대한 상상력으로 펼친 옴니버스 영화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에서 주연을 맡아 스크린에 데뷔한 오인혜(27·사진)다. 그는 박 감독 작품에서 노교수와 사랑에 빠진 관능적인 제자를 연기하며 전라의 노출과 수위 높은 베드신을 소화해냈다.

여배우들은 대개 노출연기를 기피한다. 그렇기 때문에 노출이 많고 자극적인 캐릭터는 캐스팅에 난항을 겪다 결국 신인 배우에게 기회가 오게 된다. 하지만 첫 작품에서 지나치게 과감한 모습을 선보인 후 더이상 스크린에서 보지 못하게 된 배우들도 있다. 기성배우도 이미지가 한 쪽으로 고착되면 한 동안 작품을 쉬며 변신을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한다.

지난 2008년 사이코패스를 소재로 한 스릴러물에서 전라 노출을 선보였던 한 여배우는 각종 영화제와 시상식에 과감한 의상을 입고 나서 ‘레드카펫 종결자’, ‘시스루룩 퀸’ 등의 수식어가 붙어다녔다. 지난 7월 신작으로 돌아온 그 여배우는 인터뷰에서 “이미지 변신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고 밝혔다.

또 ‘국내 최초 3D 멜로 영화’를 표방한 영화에 출연해 음모가 노출되는 장면까지 소화해냈던 다른 여배우는 이 작품으로 스크린 신고식을 치른 후 별다른 활동을 안하고 있다. 이 여배우는 이 영화 때문에 남자 친구와 결별한 후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작품의 흐름을 살려주고, 아름다운 영상으로 펼쳐지는 노출연기는 여배우에게 ‘약’이 되지만 자칫 상업적으로 이용될 경우 재기 할 수 없는 타격을 받게 된다.

8일 부산 해운대 한 호텔에서 AM7과 만난 오인혜는 “시나리오를 보고 베드신이 여러차례 나오는 점과 불륜을 소재로 했다는 점이 마음에 걸려 고민을 많이 했다”며 “하지만 박 감독님의 전작들을 본 후 신뢰감이 생겼고,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레드카펫 의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 “영화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관심을 끌기 위해 그런 의상을 선택했지만 이 정도로 뜨거운 반응이 나올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오인혜는 배우를 꿈꾸며 100번이 넘는 오디션에 참가했지만 기회는 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인의 소개로 박 감독을 만나게됐고, 촬영을 10일 남겨둔 시점에서 캐스팅 됐다.

그는 “내 이름을 알리고 싶었다. 그동안 많이 방황하며 배우의 길을 포기하려고도 했다. 그러다 기회가 왔고, 열심히 연기했다”고 자신의 선택에 자부심을 나타냈다.

부산=김구철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