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어부들, 왜 그물 대신 ‘총’ 들었나

해적국가 / 피터 아이흐스테드 지음, 강혜정 옮김 / 미지북스

우리는 소말리아를 그저 ‘해적들의 나라’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몇 차례의 선박 납치 사건으로 관심을 끌다가 올해 초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삼호주얼리호를 구출하고, 해적들을 붙잡아 국내 재판에 회부함으로써 관심도는 정점에 이르렀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소말리아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을까.

그들이 왜 목숨을 거는 해적이 될 수밖에 없었으며, 그 배경에 어떤 세력들이 자리 잡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일까. ‘흉악무도한 해적’이라는 인식 정도로는 소말리아를 둘러싼 제반 문제들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으며, 당연히 해결책을 내놓지도 못한다.

이 책은 한마디로, 소말리아 해적 문제의 진실을 파헤치고 있다. 베테랑 기자인 저자는 동아프리카 전역을 누비며 수많은 사람들을 인터뷰, 해적 행위의 실태와 근본 원인을 밝히면서 나아가 현실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소말리아 어부들은 가난 때문에 해적이 되었다. 그 가난의 원인은 소말리아 해역에서 벌어진 세계 각국(특히 서구)의 불법 어업, 유독성 폐기물 투기(역시 대부분 서구 국가), 그리고 소말리아 내전과 가뭄이다.

우선, 불법 어업의 문제부터 보자. 소말리아 연안은 어자원이 풍부한 데다 제대로 된 정부가 사라져 아무런 규제 없이 어업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자 세계 각지에서 배들이 몰려들었다. 외국 어선들이 소말리아 앞바다에서 약탈에 가까운 조업을 하자 소말리아 어부들은 총을 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부들이 외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을 막기 위해 취했던 자위책이 점차 적극적으로 외국 선박들을 납치, 몸값을 뜯어내는 해적 행위로 발전했다. 해적질은 외국 선박에 대한 단순한 경고나 위협이 아니라 그 자체로 엄청난 이윤을 낳는 거대한 사업이 됐다. 소말리아 군벌과 이슬람 무장세력, 부족과 씨족 집단, 부패한 고위 관료들도 해적 행위에 직접 연루돼 있다.

또한 서구의 폐기물들이 소말리아 해안을 뒤덮고 있다. 2004년 동남아시아를 휩쓴 쓰나미는 인도양을 가로질러 소말리아 해안에까지 이르렀다. 쓰나미는 10만명의 소말리아인을 길거리에 나앉게 만들었다. 당시 유엔 관계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백사장을 뒤덮은 온갖 쓰레기더미에 아연실색했다. 일회용 통에서부터 컨테이너 박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크기의 용기에 담긴 것은 방사성 우라늄 폐기물, 납, 카드뮴, 수은, 산업 폐기물, 병원 폐기물 등 온갖 종류의 유독성 폐기물이었다.

서구 기업들은 1990년대 초부터 유독성 폐기물들을 소말리아 앞바다에 불법적으로 투기해 왔는데 쓰나미가 닥치자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쓰레기들이 해변으로 밀려온 것이었다.

아울러 소말리아 사람들은 오랜 내전과 가뭄으로 기아선상에서 허덕이고 있다. 일년 내내 세상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한 불볕더위가 계속되며, 땅은 모래와 자갈투성이라 농사가 불가능하다. 25%의 아이들이 다섯 살이 되기 전에 사망한다.

소말리아에서의 삶은 말 그대로 처절한 투쟁이다. 이런 조건에서는 바다에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험이나 30년에 달하는 징역형도 젊은이들이 해적 행위에 빠져드는 것을 막지 못한다. 그들로서는 ‘최후의 선택’인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저자는 그나마 기능하는 유일한 정부인 소말릴란드 정부를 지원하고, 해안 경비대를 증강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국제 금융업계를 동참시켜 돈세탁과 송금을 차단해야 하며, 외국어선에 대한 어업 허가를 철회하고 어부들에게 어선을 장만할 돈을 대출함으로써 해적 행위 이외의 선택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마지막 단계로 국제사회의 협력과 지속적인 지원으로 소말리아의 사회와 경제를 재건해야 한다고 저자는 결론 내린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