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한·미FTA 발효후 ISD 논의 가능”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1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후 양국이 설립하기로 합의한 한·미 FTA 서비스·투자위원회에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 통상당국자는 이날 한·미 FTA 발효 후 3개월 내에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제안과 관련, 한국 언론의 질의에 대한 답변서에서 “미국 정부는 한·미 FTA가 발효되면 한·미 FTA에 관해 한국 측이 제기하는 어떤 이슈에 대해서도 한국과 협의(consult)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최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무역대표부(USTR) 대표 간에 서한 교환을 통해 새로운 한·미 FTA 서비스·투자위원회를 설립하기로 했다”며 “이 위원회에서 ISD를 포함해 서비스 투자 분야의 어떤 구체적인 현안에 대해서도 논의(discuss)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가 한국 국회에서 정치적 논란으로 비화한 ISD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지난 10월30일 김 본부장과 커크 대표 간의 서한 교환을 통해 설립하기로 합의한 한·미 FTA 서비스·투자위원회는 양국 정부 대표로 구성하며 첫번째 회의는 한·미 FTA 발효 후 90일 이내에, 이후에는 매년 또는 합의시 수시로 회의를 열도록 하고 있다. 양국이 교환한 서한에는 서비스·투자 영역에서 양국이 제기하는 어떤 문제도 다룬다고 원론적으로 규정돼 있으나, 국내에서 논란이 되는 ISD 문제가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지는 않았다.

미 행정부의 입장은 이 대통령이 ‘한·미 FTA 발효 후 ISD 재협상’을 여야 지도부에 제안한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는 한·미 FTA의 조속한 발효를 희망하는 미국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미국 행정부에서는 한국 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ISD 재협상 주장에 대해 일축하는 분위기가 강했으나 한국 측의 요청과 협상의 유연성을 발휘해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재논의’가 각국 의회의 재비준을 요구하는 ‘재협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미국 측은 일단 현재의 절차에 따라 발효 후 논의를 통해 부속문서 형식으로 문제점을 해결하자는 입장으로 해석되고 있다.

워싱턴 = 천영식특파원 kka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