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조이스의 문학 뒤엔 그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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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 / 브렌다 매독스 지음, 김종건 옮김 / 어문학사

책 표지 사진에서 마치 할리우드 스타처럼 감각적인 헤어·패션과 당찬 시선으로 상대를 응시하는 이 여성, 사진거장 맨 레이의 제자였던 베레니스 애보트가 촬영한 1920년대 사진 속 주인공은 ‘율리시즈’의 작가 제임스 조이스의 아내 노라 바나클이다. 1884년 아일랜드 서부 항구도시 골웨이에서 태어나 1951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사망한 그는 20세기 아일랜드 출신작가 조이스의 조력자이며 영감을 불러넣었던 뮤즈였다.

큰 키에 매력적인 미모와 멋진 체격의 그는 37년간 제임스 조이스와 살면서 그의 문학에 직·간접으로 많은 영향을 끼쳤다. ‘율리시즈’ ‘더블린 사람들’ ‘예술가의 초상’ 등 조이스의 소설에는 노라의 언어뿐 아니라 평소의 거동들이 그 흔적을 드러낸다. 노라가 65세로 생을 마감했을 때 미국 ‘타임’지에는 “유명한 작가 겸 남편 제임스 조이스와는 오래된 막역한 친구요, 문학적 산파 격이자 실질적인 여인으로, 그를 안주시키고 그의 작품을 완성하게 했다”는 추모글이 실렸다.

노르웨이 작가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에서 가정과 가족의 굴레를 벗어나는 주인공 노라란 이름이 바로 조이스의 아내인 노라로부터 비롯된 작명이라고 입센 자신이 밝힌 바 있다.

저자는 1982년 출간된 리처드 엘먼의 제임스 조이스 전기 개정판을 계기로 세기말에서 20세기로 이어지는 한 특별한 여성의 삶에 다가섰다. 아일랜드 관련 글을 써온 작가 겸 기자가 조이스 전기를 비롯해 조이스에 대한 각종 자료 등을 토대로 제임스 조이스의 여인인 노라의 전기를 펴냈다. 1, 2차 세계대전을 비롯해 아일랜드와 이탈리아의 민족주의 갈등부터 여성해방 등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한 여성, 유럽 각지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교유하며 조이스 문학에 영향을 미친 뮤즈로서, 드라마틱한 소설이나 영화와도 같은 노라의 삶을 재구성했다.

아일랜드에서 수녀원 훈련을 받았던 노라는 스무 살이던 1904년 더블린에서 조이스를 처음 만났다. 결혼 제도 및 가족 생활에 대한 아일랜드 관습에 얽매이기를 거부하며 두 사람은 만난 지 4개월여 만에 유럽으로 사랑의 도피를 감행하는 등 두 사람의 삶은 출발부터 남달랐다. 트리에스테, 취리히, 파리 등지로 옮겨 다니며 두 아이를 낳고 살았고, 동거생활 27년 만에 자녀의 상속권 보호차원에서 1931년 합법적으로 결혼했다. 각종 제임스 조이스 자료 속 행간에서 생의 동반자인 노라의 행적을 찾아내는 등 조이스 부부의 사생활을 집중 분석한 내용들은 노라뿐 아니라 조이스의 삶과 문학과도 맞닿아 있다.

번역을 맡은 제임스 조이스 전문가는 조이스 문학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독특한 전기를 문학적으로도 풍요롭고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노라는 이 책에서 화가들이 그린 인물화를 비롯해 다양한 기록 사진의 주인공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