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 키우는 ‘안철수式 안개정치’

안철수(얼굴)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한마디’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이어 내년 ‘4·11 국회의원 총선거’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 9월부터 정치권 전면에 등장한 비(非)정치인인 안 원장의 한마디가 이처럼 정치권을 좌지우지하는 모습은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는 정당정치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단적인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안 원장이 1일 신당 창당 가능성을 부인하고 내년 총선 강남지역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사실상 ‘총선 불개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동안 안 원장의 향후 정치 행보를 놓고 나돌던 여러가지 추측과 불투명성이 일부 해소됐다. 하지만 안 원장은 정치 참여 여부 및 내년 ‘12·19 대통령 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치적 불투명성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특히 대선 과정에서 안 원장의 행보에 따라 정치권은 또 한 차례 요동을 칠 것으로 전망된다.

안 원장의 대선 직행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고 있음에 따라 ‘안철수 신드롬’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언제든 다시 정치권을 뒤흔들 수 있는 잠재 변수로 남아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한동안 안 원장의 정치적 멘토였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2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안 원장이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해석된다”며 안 원장의 대선 직행 가능성을 언급했다. 역시 정치적 자문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내년 10월쯤 대통령 후보 문제가 거론될 때 현재 야당에 마땅한 후보 감이 없다고 전제하는 것 같다”며 “그때 가서 손을 내밀면 한번 시도해 보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나고 가정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여야 정치권은 ‘안철수 강남 출마 및 신당 창당’ 변수가 사라짐에 따라 쇄신과 통합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본격적인 총선 준비 체제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안 원장은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당시 박원순 무소속 후보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던졌으며 내년 총선 국면에서도 이 같은 형태의 선거 개입을 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양승함(정치외교학) 연세대 교수는 이 같은 ‘안철수식 정치’에 대해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 공고화 단계를 지나 성숙화 단계로 가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고 있다”며 “기존 정당들이 적절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헤매면서 ‘안철수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병채·김동하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