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敎師없는 학교’ 만들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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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화/홍익대 사대 부속중·고교 교장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가 19일 ‘서울 학생인권조례 주민 발의안’을 일부 수정해 통과시켰다. 이 안은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시의회의 본회의에서도 통과될 개연성이 커졌다. 하지만 ‘학생인권조례 저지 범국민연대’가 지적해온대로 문제가 심각하다. 학생의 학교 내 집회 자유를 비롯해서 체벌 금지, 복장 및 두발 규제, 휴대폰 및 전자 기기 사용, 소지품 검사, 종교 교육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 내용은 무엇보다도 학교에서의 면학 분위기를 크게 해칠 우려가 크다. 학생의 집회라든지 복장 및 두발 자유, 휴대폰이나 전자기기 사용 등이 자유롭게 허용될 경우 교사(敎師)들의 수업진행이 어렵고 학교질서가 흐트러져 학생지도가 어렵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가뜩이나 학생들을 제대로 장악해 수업을 진행하기가 힘든 마당에 교사들의 심적·육체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교사의 수업활동(teaching)도 어렵겠지만 학생들의 학습활동(learning)이 제대로 이뤄질지 우려가 크다. 이는 자칫 교사들의 의욕을 떨어뜨리고 체념을 유발해 ‘교육 포기’로 연결될 뿐 아니라 교육효과의 저조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학생의 교내 집회 허용이라든지 ‘성적 지향’ 등은 학교 분위기를 크게 훼손하고 학생 생활지도를 힘들게 할 게 분명하다. 그렇잖아도 학생지도가 힘들어 학급담임을 기피하고 교육활동 수행에 실의를 느껴 명퇴신청하는 교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솔직한 학교 현실이다. 수업 중에 졸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엎드려 잠을 자고 있는 학생이 허다하다. 교사들의 지적을 받으면 대들고 따지는 수준을 넘어 초등학생이 여교사를, 중학생이 교감을 폭행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미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고 있는 경기도교육청에서 학생의 교사 폭행이 49건으로 교사의 학생 처벌 35건보다 많다는 사실은 교권 추락과 학교 황폐화 위험성을 경고해주는 사례다.

학생인권조례안의 내용은 조례로 제정할 게 아니라, 학교의 자율에 맡겨 학칙에 반영돼야 할 사안이다. 학교에는 교사는 물론 학부모와 지역사회 인사 등으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회가 작동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교사들의 전문성도 크게 높아지고 각종 위원회 활용을 통한 자율적인 역량도 신장되고 있다. 따라서 휴대폰이라든지, 두발 규제, 야간 자율학습 등의 문제는 학교장과 교사들에게 맡겨 자율적으로 운용돼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학교 현장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예컨대, 우울증을 비롯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게임중독 등에 빠져든 학생이 크게 늘어나고 있고, 일주일이 멀다하고 자퇴를 하거나 적응을 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학생이 나타나고 있다. 듣기 민망한 거친 용어 사용은 일상화했고 학생들 간에 폭력이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성교육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이유다.

또, 사회의 양극화 현상은 국가·사회적 과제로 대두돼 있거니와 사회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학교에서의 양극화 현상 심화에 대한 대처가 시급하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렵고 가정적으로 힘들어 학업성취가 낮고 부적응 현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지만 관심 밖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은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학생인권조례 제정은 학교 현실 인식이 결여된 채 안이한 이상주의적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으로 교사들의 열정이 사라진 ‘맥빠진 교단’을 만들고 학교에서의 혼란을 유발하고 갈등의 소지를 키우기보다 학교 현장을 지원하고 학교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에 우선순위를 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