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0%에 ‘일진 네트워크’ 침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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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페(노스 페이스) 점퍼 강제로 바꿔 입기’, ‘스마트폰으로 야동 돌려보며 따라 하기’, ‘교사한테 욕하기’, ‘학교에서 담배 피우고 술 마시기’…. 중·고등학교 문제학생들 뺨치는 초등학교 일진회의 모습들이다.

학교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화한 가운데 중·고등학교 폭력서클로 통했던 일진회가 초등학교에까지 침투해 충격을 주고 있다.

학교폭력을 주도하는 초등학교 6학년생들이 ‘일진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교실의 제왕’처럼 군림하면서 같은 학교 4∼5학년을 상대로 ‘후배 일진’을 양성해 ‘권력’을 되물림하는 현상이 어린 초등학생들에게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5일 서울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사들과 학생들에 따르면 이 학교 5∼6학년으로 구성된 일진들이 ‘삥(돈)’을 뜯거나 옷을 강제로 바꿔 입는 등 갈취행위를 서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학교 5학년 학생은 “‘노페 점퍼를 며칠까지 입고 오라’고 시킨 뒤 강제로 바꿔 입는 식으로 고가의 옷을 빼앗아간다”고 털어놨다.

충남지역의 A초교는 스스로를 ‘일진’이라 부르는 10여명의 6학년 학생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나 메신저 등을 통해 인근 중학교의 일진들과 ‘사이버 조직’을 형성, 이들에게 수시로 사이버 머니나 용돈을 바치는 ‘초딩 일진’들이 면학 분위기를 사실상 망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학교에서 몰래 구해온 술이나 담배를 피우는 것은 기본이고, 수업 시간임에도 스마트폰으로 ‘야동(야한 동영상)’을 돌려보는가 하면 친구들 앞에서 성행위를 모방하거나 따라하도록 강요하기까지 한다.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전체 초등학교의 30% 내외에서 일진회가 형성돼 각종 비위행위나 폭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학생들의 상당수는 “일진을 보면 두렵다”고 밝히고 있지만, 적지 않은 숫자가 “일진을 보면 든든하고 부럽다”고 말해 일진회가 초등학생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자 ‘부러움’의 대상이라는 이중적 성격으로 비쳐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가장 큰 문제는 초·중·고교의 진학 과정에서 일진이 되물림된다는 것”이라며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이 인근 초등학교와 중학교들과 네트워크를 맺고 중학교로 진학한 뒤 다시 이들과 만나 또 다른 일진회가 형성되는 등 확대재생산 고리가 만들어진다”고 우려했다.

윤정아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