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의원님들 ‘지각사태’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학교폭력근절대책 당정협의 자리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대거 지각하는 바람에 자리가 비어 있다. 김호웅기자 diverkim@munhwa.com
한나라당과 정부가 11일 학교폭력 근절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협의회를 열었지만 대구지역 학교폭력 피해 중학생 자살사건이 발생한 지 3주를 넘어서야 당정협의가 뒤늦게 열려 뒷북 대처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연이어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담은 발언을 했지만, 국회와 정부는 허송세월을 했던 셈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2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학교폭력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며 “심각한 단계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달 20일 대구 중학생 권모군이 친구들의 ‘왕따’를 견디다 못해 자살한 사건이 발생하자 범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을 지시하는 자리였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등을 통해 일선 교육현장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전반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교육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범정부 차원에서 시급히 대책을 만들어 달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의 학교폭력 우려 발언은 지난 2일 TV 등으로 생중계된 신년연설에서도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이 연설에서 “정부는 여러 부처와 각계 전문가들이 함께 지혜를 모아 따돌림과 폭력의 위험이 없는 학교를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학교폭력 문제는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또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 시도 교육감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입시제도와 사교육비 같은 고민에만 매달렸지 아이들 세상에 대해 너무 이해하지 못한 것 아니냐”며 “대통령으로서 자책감을 느낀다”고까지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처럼 학교폭력에 대해 ‘나홀로’ 언급을 했지만 정작 정부와 한나라당은 그 흔한 당정협의조차 없었고 국회 또한 교육과학기술위원회 한번 열지 않았다. 여야가 각각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하거나 당지도부 경선을 위한 일정에 매몰돼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여야와 정부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급급한 상황이다. 여당인 한나라당과 정부는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 발생 후 해가 바뀌고서야 첫 당정협의를 열었다. 국회 교과위는 지난해 12월28일 전체회의를 열고 학교폭력의 가해학생이 전학을 가게 되면 피해 학생이 있는 학교로 다시 돌아올 수 없게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원래 처리키로 돼 있던 안만 처리한 것이다. 이어 같은 달 30일에는 학교폭력에 관한 현안보고를 받는 데 그쳤으며 해가 바뀌어 12일에야 비로소 상임위 차원에서 전국 시도 교육감을 불러 대책을 협의하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
박준희기자 vinke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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