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케이블·지상파 밥그릇싸움” 시청자 불만 폭발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KBS 2TV 재전송 중단이 17일 오전까지 이어지자 시청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SO들이 전날 오후부터 송신을 중단한 채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라는 글귀만 적은 화면을 내보내자 “케이블과 지상파의 밥그릇 싸움에 시청자만 피해를 봐야 하는 것이냐”는 비난이 방송사 홈페이지와 SNS 등을 통해 폭주했다.

케이블TV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까지 재전송료를 내면 시청자들은 이중 삼중의 부담을 져야 한다”며 송출 중단을 선언하고, “협상 추이에 따라 MBC와 SBS로 확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케이블TV 측은 지난해 11월 고화질(HD) 신호 송출을 8일간 중단했지만 이번에는 표준화질(SD) 신호 송출까지 모두 끊었다. 이로써 전국의 1500여만명에 달하는 케이블 가입자가 KBS 2TV를 볼 수 없게 됐다. 다만 이날 서울·수도권 280만가구가 가입해 있는 유선방송사업자 씨앤앰은 기술적인 문제로 표준화질의 방송신호는 그대로 내보내 일부 시청자들은 TV를 볼 수 있었다.

KBS 2TV의 인기드라마 ‘브레인’과 예능프로그램 ‘안녕하세요’ 등을 볼 수 없게 된 시청자들은 방송사 홈페이지에 “그들의 이익싸움에 놀아나는 건 시청자뿐?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 모르겠네”, “KBS 수신료는 꼬박꼬박 내고 있고 케이블 방송요금도 내고 있는 나는 바보가 된 기분”이라는 등의 글을 올리며 분노를 표현했다. 트위터에도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보지 못하게 된 아이들에게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를 못합니다. 누구의 잘못일까요”라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이번 송출 중단은 케이블TV와 지상파 간 재전송료 산정을 둘러싼 갈등 탓이다. 재전송료는 지상파 채널을 케이블TV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대가로 케이블TV 사업자가 지상파 방송사에 지불하는 돈이다. 지상파는 위성방송·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과 마찬가지로 케이블TV가 가입자당 월 280원의 재전송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케이블TV 측은 난시청 지역 해소와 지상파의 광고 효과를 높이는 데 기여한 점을 감안해 100원 이상은 어렵다고 버텨왔다.

양측이 16일 하루 동안 협상을 벌인 결과, 2010년과 2011년 재전송료를 140원으로 합의하고 2012년도 분에 대해 막판 조율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을 맡고 있는 케이블TV 측의 한 비상대책위원은 17일 오전 “가격과 조건에서 많은 합의를 이뤘기 때문에 곧 타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의 ‘사후 약방문’ 식 대응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방통위는 전날 오후 5시 긴급 전체회의를 소집하고 “방송을 재개하지 않을 경우 과징금과 과태료 5500만원을 부과하고 형사고발하겠다”고 케이블TV 측에 경고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이와 관련 한 방송학자는 “지상파 재전송과 관련해 양측이 수년간 공방을 벌여 왔는 데도 방통위가 실효성 있는 협상안을 제시하거나 제도 개선을 이뤄내지 못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