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공포 강행>‘외골수’郭… 방학중 ‘뒤통수’맞은 교육현장 ‘죽을 맛’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郭 사퇴하라”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의 회원이 학생인권조례 시행 반대와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사퇴를 주장하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낙중기자 sanjoong@munhwa.com

후보자 매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1심 재판에서 3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직무에 복귀한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26일 오전 관보를 통해서 서울학생인권조례를 전격 공포하면서 교육현장에 대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물론 일부 교원단체와 시민·학부모단체 등에서 반대가 극심했을 뿐 아니라 교육과학기술부가 인권조례 시행의 부당성을 지속적으로 알려왔기 때문에 교육현장은 갈팡질팡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교과부가 이날 시교육청의 관보 게재와 동시에 대법원에 인권조례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고 조례집행정지 결정 신청을 하고 나서면서 학교현장은 인권조례를 받아들이기도 거부하기도 힘든 난감한 상황에 빠져 있다.

적지 않은 일선 학교 교육자들은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돌아온 교육감이 편향된 일부의 주장과 자기 소신만을 앞세운 조례안을 공포하면서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곽 교육감은 자숙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홍대우 상담교사회 회장은 “곧 3월이고 개학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교과부와 교육청이 대치국면으로 치달아 교육 현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며 “학생인권조례가 공포되면 서울 시내의 모든 초·중·고교가 조례에 맞게 교칙을 수정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준비가 부족해 또다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회장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라 곽 교육감에 대한 거취가 확실히 결정나지 않은 상태인데 교육에 있어 이렇게 중요한 이슈를 갑자기 결정한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며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 곽 교육감에 대한 권한을 보류하든지 축소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소재의 한 중학교 교장은 “학생의 인권을 신장해야 한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지만 학교폭력 문제가 불거진 현 상황에서는 재고 필요성이 있다”며 학생인권조례 공포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교육감이 유죄를 선고받고 와서 또다시 ‘정치적 행보’를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더구나 교육자는 도덕성과 청렴성이 생명인데 곽 교육감은 사실상 여기에 상처를 입은 것이 아닌가”라고 비난했다.

현장의 교사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안병철 부산 온천초 교사는 “교육 방침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는 문제가 아님에도 모든 것을 교육감 본인 의지대로 관철시키려는 건 위험한 생각”이라며 “아직까지는 유죄가 인정된 상황인 만큼 교육감은 자숙하고 있어야 하며 그것이 교육자 본연의 자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일권 서울 한천초 교사는 “왜 자꾸 교육에 대한 문제가 학교 내에서 해결되지 못하고 정치적으로 해결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교육의 전문성, 중립성이 훼손되고 정치적 목적으로 교육 정책을 따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반대나 찬성이나 정치적, 이념적 목적이 강하게 느껴져 교육에 대한 진정성을 느끼기가 힘들어 어느 쪽도 편들기가 싫다”며 피로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명예퇴직 교사인 김영화씨는 “곽 교육감이 교육의 한 면만을 보고 인권조례안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다”며 곽 교육감의 편향된 인식을 꼬집었다.

유민환·이근평기자 yoogiza@munhwa.com